천년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옻칠작가 김미숙

자신만의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몰입의 시간

by 달리아


지난 4월 8일부터 15일까지 삼청동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옻칠작가 김미숙의 개인전이 열렸다.

‘불완전한 현실, 완전한 감정’이라는 타이틀로 약 일주일간 짧게 열린 전시였지만 삼청동을 오가는 미술애호가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한국의 전통공예인 옻칠과 자개로 탄생한 여인들의 아름다움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명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피에타, 2025


미술평론가 오세권에 따르면 “옻칠은 미술재료로 사용하기에는 고가이고, 독성 때문에 재료에 쉽게 접근할 수도 없었으며, 회화 방법과는 다른 옻칠만의 특수한 표현방법이 있어 옻칠화를 익히기에 힘들었기 때문에 활성화되기가 힘들다”고 한다. 실제로 마른 옻나무는 건칠이라는 한약재로도 쓰이는데 ‘우루시올(Urushiol)’이라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함유돼 있어 접촉하면 피부 알레르기가 발생한다. 실제로 김미숙 작가도 초반에 다룰 때 ‘옻이 올라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김미숙 작가는 성신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본격적으로 옻칠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4-5년 정도 되었으나 최근 그 기량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옻칠은 재료 자체가 다루기 까다로울 뿐 아니라 바탕판을 만들고 칠하며, 사포로 갈아내고 하는 노동력이 많이 사용되는지라 회화의 주재료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게다가 ‘칠흑’이라는 단어의 칠이 바로 옻칠을 가리키는 것처럼 어둡고 발색이 까다로워 색을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하는 현대미술작가들이 주재료로 삼을만한 도구가 되지 않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미숙 작가는 ‘정복할 수 없다고 느낀’ 옻칠의 매력에 빠진 이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그녀만의 노하우로 최근에는 일반 회화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발색을 선보인다. 게다가 옻칠 특유의 은은한 광택과 내구성을 더해 더없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작품이 탄생시킨다.


옻칠은 마지막 부분에서 옻칠한 부분을 사포로 갈아내어 광택을 낸 이후에야 비로소 고유의 색이 나타난다고 한다. "색이 피어난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작가가 초반에 주로 그렸던 꽃들은 말 그대로 "어둠을 뚫고 피어난 꽃"이다. 작가가 주로 꽃과 여인을 그리는 이유는 찰나의 순간에 아름다움을 빛내고 사그라드는 존재들에게 영원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이다. 클림트가 라벤나의 모자이크로부터 영감을 받아 황금으로 그의 여인들에게 영원성을 부여했다면 김미숙 작가는 우리나라 전통공예인 옻칠로 찰나를 꽃피우고 사그라지는 여인들에게 천년의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숙녀, 2025


작가는 꽃을 그릴 때 가장 편안하다고 말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인화 작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녀의 작품에서 놀라는 지점은 우리나라 전통재료로 더없이 현대적이고 세련된 도상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업을 초반부터 지켜본 필자가 보기에는 최근에 들어 더더욱 작가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해나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것은 바로 자개로 작업하는 산수화이다.

언급했듯이 그녀는 동양화를 전공했고 초반에 여인들의 옷에 주로 그려져 있던 산수화가 어느덧 그녀들의 머리를 장식하면서 좀 더 섬세한 기법, 좀 더 뛰어난 도상, 좀 더 밀도 있는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그 산수화를 자개공예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작품들은 말 그대로 날개를 달고 있다.


불완전한 존재의 완전한 순간, 2025

“각자 자신만의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몰입의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길 바란다.”


내면의 상처, 각자의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작가는 섣부른 위로를 건네기보다 자기만의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몰입의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한다. 그녀의 작가 노트를 읽어보면 유독 카타르시스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수행과도 같이 고된 옻칠 작업에 몰입하며 본인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는 관객들도 느끼길 바라는 듯 하다.

나 또한, 이 뛰어난 작가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게 행복한 미술애호가로서 그녀의 작품들에 한껏 몰입할 때의 이 시간이 나만의 무릉도원, 나만의 카타르시스다.

그녀의 바램처럼 모두 본인만의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시간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