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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Aug 01. 2023

명품 하울, 10대가 해도 괜찮은 걸까...?

명품업계 큰 손은 이제 10대...?

구매 물품이 들어간 택배를 뜯어 처음부터 제품을 보여주는 언박싱,


하지만 고가의 명품에는 박스를 뜯는 언박싱이라는 표현보다 하울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한다
 
여기서 하울이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인 하울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나 상품을 한꺼번에 구입해 자신이 산 것을 자랑하고 평가하는 것을 일컫는다.


시간이 흐르며 명품을 소비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부터 요즘에는 10대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명품 하울 콘텐츠를 SNS나 유튜브를 통해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명품'을 보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


일부 10대 청소년들이 명품 하울을 하는 이유와 그것에 대한 주변의 시선들을 이번 글 속에 담아보려 한다.
 


10대들의 유일한 자기 과시


JROSE - 중학생의 재밌는 일주일 브이로그(+샤넬 동그리백 언박싱) 中

사실 돈이 많은 부자일수록 명품을 소비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다만 SNS나 Vlog의 경우 본래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매체로 활용되기에,
관심이 필요한 일부 사람들은 대중의 이목을 끌고자 명품 하울과 플렉스(Flex)와 같은 소비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ex. 3천만 원 FLEX! 내돈내산 아이템 대공개, 수능 끝난 고3의 1500만 원 쇼핑 Vlog)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일부 10대들은 예전부터 명품 하울뿐만이 아니라 3성급 레스토랑에서 비싸게 먹은 음식을 인스타그램으로 자랑하거나,


닉네임 앞에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청담자이_OO)을 붙이며 SNS를 활동하는 등,
자신은 부유한 환경에 있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자기 자랑을 하며 관심을 가져주기를 희망했다.
 
사실 이 많은 자기 자랑들 속에서도 10대들이 할 수 없는 자랑이 있다.


바로 10대들은 큰 물건을 사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대들은 스스로 집을 산 것을 자랑하거나, 부모님의 용돈으로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장면을 보여주거나,


본인이 직접 돈을 지불해 성형수술을 고백하는 등의 자기 자랑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집과 자동차의 경우에는 청소년의 실질적인 거주와 운전이 불가능하기에 자랑을 할 수가 없지만,


예외인 성형수술의 경우 수술을 공개하는 사례가 이례적으로 있긴 하지만 사회적 여파가 커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성형을 한 10대 친구들이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으리으리한 집과 번쩍번쩍한 자동차를 보여주는 어른과는 다르게 일부 10대들은 명품 하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런데 자신이 태어난 환경을 외부에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
 
나는 부자가 부자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부자일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그 말이 이제는 너무나도 먼 얘기로 자리잡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개개인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 현대 사회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고정관념과 관련된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대학교를 다니며 교회 목사님의 아들이었던 친구와 오랜 시간 함께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친구가 얘기하기를 자신의 아버지가 담당하고 있는 교회는 꽤 괜찮게 운영되고 있었으며, 많은 신도들이 아버지를 존경하고 신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축하해 줄 만한 좋은 소식에 친구는 교회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교회 목사님이 차를 구입하는 것에 있었다
목사님은 검소하기로 유명하신 분이었다.


하지만 오래 타고 다니던 차가 연비를 많이 잡아먹게 되면서부터 목사님은 기존에 있던 차를 팔고 좀 더 좋은 차로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신도들이 반대했다.


좋은 차로 교회를 방문하게 되었을 때 새로 들어오는 신도들의 믿음이 꺾일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중요한 것이 꺾이지 않은 마음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신도들의 믿음은 목사님의 차만으로도 꺾이는 것이었나 보다)

결국 목사님은 오래 타고 다니던 차를 폐차시키지 못한 채 좀 더 좋은 차를 구입하게 되었고,
교회에 갈 때에만 여전히 그 고물 차를 타고 예배를 하러 간다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어이가 없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목사는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듯이,
청소년들은 어른보다 사치를 부리지 않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내 지인이라면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혹시나 내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마음에 고정관념이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10대에게 너무나도 높은 벽을 치게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10대였던 나의 시절, '돈도 써 본 사람이 더 잘 쓴다'라고 얘기가 나오는 지금,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필요하던 것도 사지 않고 돈을 아끼던 사람이었지만.. 결국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어른이 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지금의 10대들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후회 없이 물건을 고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물론 과소비는 나쁘다)
 
 


10대들의 사치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하는 시선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오픈된 10대들의 사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앞서 말했듯, 사치를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관심을 가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리고 10대들의 사치를 보며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10대가 아닌 즉, 어른들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가 지금의 현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미래에 다가올 현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시선은 20년 전 PC방을 가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 같았다 


내가 사는 지역에 PC방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던 그때의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PC방을 가는 것이 술집을 가는 것과 똑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선생님에게 이쁨을 받고자 몰래 PC방을 가려고 하는 내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말렸다.

그렇게 PC방을 가는 것을 말리면서도, 나는 내심 PC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고 친구들이 왜 그렇게 PC방 출입에 목숨을 거는지 궁금해졌다.
그런 나의 궁금증은 중학생이 되어서야 해결할 수 있었다.


PC방에 점점 많은 게임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부모님도 PC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렇게 나에게 있어 PC방은 중학교 친구들과 재밌게 놀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반면 내 주변에서 명품을 샀던 친구들에 대한 기억은 없다.


생각해 보자면 집에 꼭 하나씩 있어야 했던 '노스페이스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점점 추워질 즈음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고, 형편이 좋지 못한 친구들도 부모님께 사정사정해 노스페이스를 장만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던, 검은색 아디다스 운동복을 입던 내게는 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점점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우리 반에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은 하나의 군단이 되었다
막상 친구들은 별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나는 무리에 소속되지 못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참고 참다가 안절부절못한 내 심리에 잡아먹힌 나는 아버지에게 이 불편한 사실을 얘기했고, 결국 아버지가 입고 다니던 노스페이스 패딩을 물려받았다
(그렇게 아버지는 블랙야크 패딩을 새로 구입해 입으셨다)

조금은 해진 오래된 검은색 노스페이스 패딩이었지만 나는 마침내 무리에 소속될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반면 그때 당시의 어른들은 무엇이 불편했는지 너 나 할 것 없이 노스페이스 패딩 입고 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좋지 않게 생각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고가의 패딩을 입으면서까지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 좋지 않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롱패딩을 입는 것이 유행이라는 소문에 뒤늦게 롱패딩을 구입하는 어른들과
지금은 숏패딩이 유행이라는 소식에 정들었던 롱패딩을 당근 마켓에 올리고 숏패딩을 구입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그때의 청소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추가적으로 어른들이 그때의 우리를 걱정하는 이유가 무엇이 있었을지 가볍게 나열해 보았다
1. 친구들끼리 질투를 유발할까 봐
2. 노스페이스 패딩을 장만하지 못한 친구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을 싫어하게 될까 봐
3. 사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질까 봐
 
하지만 그때의 '노스페이스 패딩' 사건과는 다르게 이번 명품 하울은 그저 청소년들에게 지나가던 알고리즘 속 콘텐츠에 불과하다.

의외로 청소년들은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만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나 자신을 꾸미는 패션과 가성비 좋은 뷰티 제품에 대해 추가적으로 학습을 하게 된다.

때로는 부모님에게 용돈이 적다 투덜거릴 수도 있으나 그것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샤넬 동그리백을 사달라고 하는 얘기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10대들의 명품 하울은 '스쳐 지나가는 몇 백만 원짜리 무지개'에 가깝다
 
뉴스에 달린 댓글 중에는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었다.

'애들을 물질만능의 세계로 인도하는 부모의 가치관이 대단하다'
'사회가 껍데기 인생에 함몰되어 간다'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중학생이 명품, 세상이 미치는구나'
 
댓글이 날카롭긴 하지만 , '겉모습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직설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생각한다
위와 같은 의견은 마치 내면이 중요하면 겉모습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상대방의 외형을 바라보며 소통하기 때문에 겉모습 또한 중요하다
 
이미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어린아이들이 더 예쁜 선생님을 찾아간다는 사실과,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거지 옷을 입은 사람보다 정장을 입은 사람이 더 생존율을 높다는 것은 가슴 아픈 사실 중 하나이다.

반대로 나 또한 내면이 예쁜 사람을 찾아가고 싶으며, 시도 때도 없이 욕을 하는 사람보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어른들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명품 하울을 보는 청소년이 아닌 명품 하울을 잘못 이해하는 어른들이다.


명품 하울이라는 것은 결국 손가락으로 쓱쓱 넘겨 보는 하나의 스낵컬처(ex. 릴스, 숏츠, 틱톡)에 불과하며,
많은 청소년들이 해당 영상을 보며 좋아요를 눌렀다고 해도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기엔 그 효과가 미미하다

걱정이 많은 어른들은 아직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10대 청소년들에게 너무 과한 소비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과한 소비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서 이 밤이 끝나기 전 뭐라도 하나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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