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와 같이 저녁 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평소 지인인 시청자가 나랑 같이 있으며 있었던 썰들을 풀기 시작한다
"밀린 님 그때 연애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내가 예전에 카페에서 만나 나눴던 얘기들이
방송에서 우후죽순으로 쏟아지자 나는 다급히 상황을 설명했다
"OO님 연애와 관련된 부분은 방송에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헤어졌습니다"
이내 싸늘해진 방송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나 자신과
왜 헤어졌는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을 침착하게 만들기 위해 30분 동안 해명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렇듯,
개인 방송에서 사생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예를 들어 건강상의 이유로 인해 휴방을 공지하거나
자신이 최근에 경험한 재밌는 썰을 푸는 등의 예시가 있을 것이다
1인 방송이 있기 전, 영상 콘텐츠에서는 사생활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영상에 문자나 음성 그리고 그림 등을 넣어 자료나 정보를 전달하는 '영상 콘텐츠'
어릴 때 이러한 '영상 콘텐츠'를 보며 이처럼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그 당시 내가 처음 봤었던 영상 콘텐츠를 생각해 보았다
20년도 더 전의 일이긴 하지만,
<웃긴 대학>에서 유행하던 '허무송'이나 '해킹송'이었다
'엄마가출... 아빠가 안 와...'
'내 컴퓨터 누가 해킹했어 로그인이 안되지요'
그 당시에는 재밌었던 기억이었지만
지금 와서 허무송과 해킹송을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아재 개그'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사람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상 콘텐츠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단순한 그림과 음성을 삽입하는 것을 넘어 특수효과와 3D기술 등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SNS의 발달과 함께 영상 콘텐츠는 익명의 사람이 무언가를 배포하는 형식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만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속히 말해 네임드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네임드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영상 콘텐츠의 고차원화가 시작 되었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콘텐츠가 전문적으로 만들어지게 되며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끄는 콘텐츠는 힘을 가지는 형태로 변화했다
이에 나는 콘텐츠가 가진 설득과 공감의 힘이란 사람과 사람끼리의 소통으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약하자면 콘텐츠에서 사람다움을 얼마나 보여주는지에 따라 그 진정성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좀 더 포괄적으로 바라보자면,
사람들이 콘텐츠에 끌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 같은 것에 대한 흥미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사람을 통해서 설득되는 것이 버츄얼 캐릭터로 종종 변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모습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모습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설득을 가능하게 만들진 않는다
극단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현대에 있는 미의 기준' 때문이다
조금 더 예쁘고 잘생긴 사람에게 시선이 끌리는 건 안타깝지만 당연하다
어쩌면 경쟁자본주의 사회에서 미의 기준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반면 콘텐츠를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기본적인 발성과 전달력, 상황에 맞는 연기,
그리고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방송 출연자의 기본적인 조건이라면 이러한 활동은 마치 배우와 성우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인플루언서를 구하는 채용의 우대사항에 '연기 우대'와 '성우 경력 우대'를 얘기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잘하는 것이 있다면 첨부를 부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을 영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그런 인재들을 수시로 구하고 있지만 오늘도 공고란은 내려가지 않고 계속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추가적으로 사람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것은 리스크가 많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보면 잊을만하면 놀라오는 사건사고들이 생각난다
'유튜버 OO이 뒷광고를 했다'
'유튜버 OO이 먹뱉으로 논란이 되었다'는 그런 사건 사고들
나는 직접 방송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이 어떠한 상황을 야기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쓰기 전, 전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방송 활동을 멈춘 이유를 물어보았다
'생각보다 반응이 없어 그만두게 되었다'
'관심으로 오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이겨내기 어려웠다'
'현생을 신경 쓰지 않고 방송을 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나는 이러한 다양한 이유들 속에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가 사람들의 행동을 제한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이 DM으로 만남이나 대화를 요구했다'
이러한 사례를 듣는 듣고 있는 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는데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이나 전신사진을 보내 주며 평가나 연락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수록 이러한 상황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그러한 경우가 적어 사람들에게 장난 섞인 고백을 받아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콘텐츠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게 되면 다양한 유혹에 부딪히는 것 같다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기 위해 도덕성을 잃는 모험을 하거나
계속되는 팬들의 유혹에 통제력을 잃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정말 좋은 사람들이 세상에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를 전부 공개하기를 껄끄러워한다
'듀라한'이라는 요즘 유행어가 있다.
'얼굴이 없이 세상을 배회하는 몬스터 듀라한'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반신만을 보여주는 지금의 콘텐츠 제작자들의 모습을 빗댄 단어이다
가장 대표되는 예시가 공부를 하며 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하는 콘텐츠인 '스터디윗미'가 있다
나도 방송을 하면서 나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얼마나 공개해야 되는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캐릭터만을 내세워 방송 콘텐츠를 만들기에는
정적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특정한 공감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개인 방송 콘텐츠로 개인을 공개하는 것에는 저마다 다른 차이가 있지만
자신의 정보나 일상을 공개하는 순간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개인의 일정 부분을 공개하는 것에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콘텐츠를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