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하고 있다
나는 '트위치'에서 1년이 넘게 방송을 해왔다.
지금은 600일을 향해가는 나름대로의 경력직 스트리머이다.
매일 꾸준히 방송을 했던 적도 있었으나,
직장인 생활을 할 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방송을 하는 등 변칙적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방송으로 시작을 했으나
시청자들의 얘기를 받아주고 리액션을 하다 보니 '소통'을 위주로 하는 방송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얘기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시청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진행했다
'TRPG', '블라인드쇼핑', '인터뷰'
나 역시 지상파 예능에서 종종 보이던 게임들을 방송에 대입해 진행을 하던 상황이 많았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방송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지향성 등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든 생각이란,
이 방송일이란, 개인이 혼자서 전부 해결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소비된다는 점이었다.
일단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사양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있다면
쉽게 방송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점은 존재한다.
쉽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자,
개성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신만의 색깔을 추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나와 비슷한 경우로 방송을 진행하는 동종업계 종사자를 많이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면 생각보다 우리나라 사람들 많이 방송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곤 했다.
이제는 1인콘텐츠가 정말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정도였다.
어느 날의 일이었다.
한 번은 방송을 처음 시작한 학생이 나에게 방송에 대한 팁이나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했었다.
전형적인 '잼민이' 녀석이었는데 얘도 방송을 하려는구나 싶었는데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취미로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라면 큰 코멘트나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방송에 개입을 하게 된다면,
그 개입으로 인해 사람의 성격과 특성에 대한 간섭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요즘 추구하는 것은 누군가의 방송이 취미라면
건드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가장 최적화된 방송의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번은 트위치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데,
한 시청자가 자신의 방송이 생각보다 잘 안 풀리는 것을 하소연하는 것을 본 적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그 방송을 조용히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내 나름대로 이유를 살피자면,
그 사람의 방송이 잘 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를테면,
본인이 그린 어딘가 어설픈 캐릭터,
채팅이 없으면 말을 하지 않거나,
채팅이 있어도 단답으로 대답을 하는 방송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규칙적이지 않은 스케줄,
딱히 정해진 게 없는 콘텐츠 등이 아무래도 사람들을 유입하고,
팬 층을 고정시키기에는 조금 어설픈 부분이 있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시청자를 모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 사람의 방송은 전체적으로 고칠 것이 너무 많아 전혀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그렇게 방송을 하는 횟수가 점점 뜸해지더니 결국 방송을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스트리머들처럼 그 역시 이내 심심해지면 방송을 켜게 될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소통을 위해 켜는 방송이지만
본인이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방송을 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일방적으로 리액션을 강요하거나,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게임을 강요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있는 방송을 가장 본연의 재미로 남겨놓으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 방송을 더 크게 키워야 하는 것인지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처음 내 방송은 공부 방송으로 시작했었다.
공부 방송을 했던 시절의 나는 캐릭터가 따로 없었다
그런데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고정 시청자가 방송이 크는 것을 기대하다 보니
팬카페(디스코드)도 만들게 되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커미션을 맡겨 결국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다
요즘에 방송을 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버튜버'와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오고 간다
"나 요즘 3D 캐릭터 만들어 볼까 고민 중이야"
"나 다음 달에 버츄얼 스트리머로 데뷔하기로 했어"
"3D 캐릭터 리깅 맡기려고 하는데 괜찮은 사람 어디 없나?"
개인이 스스로 해결하는 자급자족의 방송을 넘어
사람들을 찾게 되는 특정한 시점이 다가왔을 때,
나는 그 상황이 개인이 아니라 회사처럼 운영이 시작되는 신호라 생각한다
방송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먼저 외관을 꾸미고 여유가 된다면 홍보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카페처럼 생각을 한다면 메뉴판을 꾸미고, 인테리어를 꾸미는 것처럼
점원을 선택하고, 스케줄을 관리하며,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이쁜 배경을 사용한다
그 후에는 SNS나 방송에서 있었던 상황을 재편집해 홍보를 진행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문제란,
개인이 기업을 따라 방송을 하는 것과 회사가 직접 방송을 운영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기업에서는 추가적인 인력의 공급으로 팬덤을 원활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고,
개인은 그러한 점에서의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 있겠다.
개인의 방송은 서서히 그 팬덤의 크기를 키우는 스타트업과 같다면
회사는 일정한 규모의 팬덤을 가지고 방송을 하기에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을 할 수가 있다
고로 개인이 방송을 하는 것에 있어 그 한계란 명확히 존재한다
영상을 편집하고, 팬덤을 관리하고, 콘텐츠를 만들며 홍보하는 것은
몸 하나만으로 전부 해결하기 어려운 과부하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방송의 현 상황이 궁금하여 개인이 운영하는 방송을 구경했었다
아주 잘되고 있는 방송의 경우에도 홍보가 미약하거나
규칙적으로 방송 스케줄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었다
그러한 면에서 회사가 운영하는 방송은 자본이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 시간이 규칙적이며 홍보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다
회사가 방송을 운영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을 때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미 대기업인 여러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MCN과
신규 인플루언서를 육성하는 스타트업이 있을 것이다
먼저 유명한 MCN(샌드박스, 콜랩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 등)의 경우 방송은 순탄하게 흘러간다
이미 탄탄한 팬덤이 있는 검증받은 인플루언서인 것이 이유인지
방송인이 온전히 방송에 집중하며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는 일들을 직원들이 맡아 처리를 해주는 것은 덤이다)
반면 요즘 방송 시장에서 중요한 변환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자본을 들인 방송인의 방송과 콘텐츠라 생각한다
처음으로 팬덤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한 개성과 캐릭터만으로 팬덤을 유지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도 또한 쉽지가 않다
최근 '이 세계 아이돌'의 여파로 인해
많은 MCN 회사들이 마이너 한 버츄얼 시장을 도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투자한 만큼 수익이 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팬덤의 이해와 투자 대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이 팬덤을 형성하려고 하는 방법에 단순히 캐릭터에 호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쁜 캐릭터와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면 시청자들이 저절로 모이게 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되는데
팬덤을 형성하는 것에 있어 개개인의 특성을 알려줄 수 있는 홍보 방법과 마케팅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투자를 하는 것 또한 위험성의 요인이다
후원과 팬시상품의 판매 수익은 수수료를 배제하고 생각해 본다면
영업 매출의 절반이 본연 한 수입으로 집계된다
여기서 인력비와 유지비를 빼게 되었을 때 많은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는 많이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MCN과 방송을 기반한 회사는
인플루언서의 멘털적인 부분을 책임질 수 있는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기업 게임 회사의 경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존재한다
휴가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 자유롭거나, 원하는 시간에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상담사가 있긴 경우 말이다
방송이라는 콘텐츠 특성상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규칙적으로 방송을 해야 하는 압박감 속에
이러한 작은 장치가 마련이 된다면 방송에 대한 인식과 흐름이 많이 해결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방송을 하고 있는 1년 차 방송인,
700여 명 팬 규모를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 고군분투하여 1인 미디어를 유지하고 있는,
나의 방송에 대한 단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