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나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저는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활동을 좋아하며 최근에 이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와 같은 전형적인 자기 홍보 말이다.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한 번은 독서 모임을 나갔다. 독서 모임은다 같이 모여 1시간 책을 읽고 각자 자기소개를 하며 그날 읽었던 책을 소개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그 후 궁금한 얘기를 물어보며 책에 대한 얘기를 공유한다. 평소 관심 있었던 글쓰기 관련 책을 가지고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밀린이라고 하고요, 최근 퇴사를 한 이후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가끔 인터넷 방송도 하고 있어요.”
'...'
대화가 끝나자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처음과 달라졌음을 느꼈다. 내가 한 말 중에 굳이 문제를 삼을만한 발언이 있다면 아마도 '방송'이라는 단어 선택이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의외로 책에 대한 내용보다는 인터넷 개인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한 얘기들이 오고 갔다.
‘솔직히 인터넷 방송은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는 느낌이라 보기가 어렵더라고요...’
‘그 버츄얼 캐릭터라 해야 하나 그게 좀 오글거려서...’
이러한 개인적인 감상평 뒤에 다양한 사족이 붙었다. 나는 다양하게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었지만 방송 얘기는 괜히 꺼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사람들에게 방송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독서 모임에서 책 얘기가 아닌 방송 얘기는 적합하지 않아 말을 아꼈다. 내가 개인 방송을 하고 있고 방송을 종종 본다는 사실이 사회에서 좋지 못한 시선을 받는 것은 그렇게 예외적인 일은 아니다. TV에 나오는 뉴스만 해도 안 좋은 소식의원흉이 종종 BJ나 스트리머인 게 사실이니까... 예를 들어 관심을 받기 위해 자기 몸에 음식을 뿌리거나,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단 돈 몇 만 원에 애교나 자극적인 춤을 보여주거나, 날 선 단어 선택과 무차별적인 개인 방송이 그 증거다.
그뿐일까 사람이 아닌 만화 속 캐릭터 같은 게 직접 움직이는 것을 보면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모습에 묘한 거리감이 생긴다. 나도 처음에는 '저 캐릭터 뒤에는 멀쩡한 사람이 방송을 하고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방송을 가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내가 방송을 즐겨보고 심지어 캐릭터를 만들어 방송까지 했다. 방송을 보고 또 진행하며 내가 처음에 가지고 있는 방송의 섭입견이 많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개인 방송이라는 콘텐츠는 앞으로도 거부감을 띈 콘텐츠가 되어야만 할까?
어째서 개인 방송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숨기며 일을 하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종종 챙겨보는 유튜브는 의외로 실시간 방송에서 재밌는 부분을 편집해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콘텐츠에관심이 있다면 '개인 방송도 한번 시도해 볼까?'고민을 하기도한다. 개인 방송 플랫폼은 무시할 수는 없는 시장이다. 하루에 만 명 넘게 개인 방송을 하고 몇십만 명의사람들이 개인 방송을 시청한다. 지금도버츄얼 시장은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콘텐츠는개인 방송이 유일하다.
사실 이 방송이라는 주제를 다뤄보고 싶었으나 내가 방송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오랜 기간 고민했다. 특정 플랫폼을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구독자 몇 만 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며, 나보다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방송을 운영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들이 1년간 계속되다글을 쓰기로 마음먹은사건이생겼다.
방송을 그만두고 현실에 바쁘게 치인 지 1년, 개인 방송 플랫폼을 오래간만에 구경하며 아직도 거기에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 방송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방송을 그만둔 사람들의 초석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상황에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내가 다시 방송을 하게 된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을까?'
이 생각을 토대로 새벽에 조금씩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을 쓰며 방송이라는 플랫폼의 오해와 갈등을 풀어내고 싶다. 그리고 방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솔직한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 방송에서 캐릭터를 앞세우는 이유와 게임 방송이 주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방송을 하며 겪었던 재밌던 상황들과 조금은 지저분한 악성 시청자들까지.. 이러한 얘기들이 방송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의 얘기로 다가오며, 나처럼 방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공감의 장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때 당시에 방송을 하던 것이 결코 헛된 활동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기에, 나와 비슷한 코로나 시즌에 함께 방송을 했었던 스트리머를 위해 이 글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