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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Sep 21. 2024

유튜브는 되는데 개인 방송은?

유튜브 = 현실에서 개인 방송으로 넘어가는 포탈

개인 방송을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유튜브였다.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음악 작업에 몰두하며 남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 나. 저녁에는 편의점에서 야간 일을 하고 낮에는 음악 작업을 하며 불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붕 뜨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그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를 시청했다. 그중에서도 관심이 있던 것은 게임 방송(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을 잘하지 못한다). FPS 게임을 해도 팀원들에게 실망감을 주기도 하고 3D게임을 하면 30분도 플레이하지 않아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내가 왜 하필 게임 방송을 보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단순히 게임 속에 진행되는 그 서사 때문이다. 내 인생은 쳇바퀴의 연속인데, 게임 속의 이야기 들은 시간의 기준 없이 자유롭다. 게임을 오히려 잘하지 못해서 게임 방송을 찾게 된 것이 계기일지도 모르겠다. 게임 속의 스토리를 정리해 주는 유튜브를 보다 보니 알고리즘이 나의 취향에 맞추어 나를 유혹하기 시작하더라.


그렇게 보기 시작했던 게임은 중세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스카이림'이나 멸망한 세계를 다루는 '폴아웃'과 같은 오픈 RPG게임이었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게임을 진행하며 하나하나 퀘스트를 깨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해 주는 만족감을 대리로 느끼며 혼자 밥을 먹을 때나 작업을 할 때나 잠들기 전에도 유튜브에 올라온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무료한 일상을 달래주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보던 ‘W'씨가 있었다. 그의 영상은 1개당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길게 잡혀있는 편이었다. 새롭게 올라오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그 영상을 보고 다시 정주행 하기를 반복하거나 그전에 올라왔던 영상을 바라보며 게임 속의 화자이자 스트리머인 ‘W'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유튜브에 나온 정보란에 ‘트위치’라는 생방송 플랫폼 링크를 클릭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생방송을 접하게 되었다. 똑같은 게임 화면이었지만 유튜브 영상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화면 오른쪽에 배치된 채팅창과 밑으로 스크롤을 하면 보이는 스트리머에 대한 정보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튜브는 조회수가 몇십만을 찍는다고 해도 그 숫자가 체감되지 않았는데 실시간으로 천명의 사람들이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한 사람이 보여주는 게임 장면을 천명이나 보고 있다고?’


진짜로 다들 보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의구심도 들었다. 조금 더 구경을 해보니 조금씩 채팅이 생기기 시작한다. 비록 천 명 모두가 채팅을 치는  아니었지만 몇 십 명의 채팅이 주기적으로 계속 생긴다. 그때 느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이 영상을 틀어놓기만 하고 채팅으로 참여를 하는구나?’와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 후로 유튜브가 아닌 트위치 방송을 틀어놓으며 개인 방송을 시청하게 되었다. 솔직히 개인 방송에서 보이는 ‘W'씨의 모습은 유튜브에서 편집된 것과 다르게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개인 방송이 오랜 기간을 쭉 나열했다면 유튜브는 재밌는 부분만을 모아놓은 액기스라고 할까? 웃음이 많고 짜증을 잘 낼 것 같았던 유튜버라 생각했지만 막상 잔잔하고 고요한 모습에 심히 당황스러웠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차분하게 방송을 하는지 궁금했다. 한번 트위치라는 플랫폼을 둘러봤다. 보라색 화면에 캐릭터와 인간이 있는 수 백개의 창들.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가 인터넷 속에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당황했다. 각각 어떤 방송을 하고 있는지를 홈페이지에 띄워주었는데, 대략 2000명이 각각의 개인방송을 틀어놓으며 방송을 하고 있었고 시청자가 하나도 없었던 방송부터 삼천 명이 넘게 보는 방송까지 그 범주가 실로 다양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충격받았다.


유튜브와 개인 방송의 차이점을 비교해 본다면 사람들의 매력적인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진다는 것이었다. 유튜브는 단순히 게임에 대한 정보나 인물에 대한 매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면 개인 방송은 스트리머의 일상이나 작은 행동에도 큰 매력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집중되어 있었다. 조금 더 둘러보기로 했다. 메인 화면은 비슷했다. 내가 팔로우를 하지 않는 개인 방송이더라도 어떤 방송이 지금 핫한지 알고리즘을 보여주며 게임을 하는 사람, 그냥 소통을 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영상을 편집하는 사람등 그 범주가 굉장히 다양했다. 다들 집에서 뭐 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있구나 신기했다. 그렇게 이 생태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내가 보는 ‘W'씨의 방송이 진행 중이지 않고 내가 방송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서로 어긋나 있을 때 다른 방송을 구경했다. 그 수많은 방송들의 틈에서 게임은 이미 보는 것이 있기에 다른 주제의 방송이 궁금했다. 카테고리 창을 살펴보며 문득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구경하게 되었다. 그중 유독 빨갛게 생긴 특이한 다람쥐 캐릭터를 클릭했다.


그 빨간 캐릭터가 없었다면 내가 방송을 진심으로 빠지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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