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나무 한 그루

새해 첫 날부터 내게 와 준 고마운 까치에게

by 로은


작년 4월 초의 어느 날. 집 밖을 나서다가 집 앞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습관처럼 무심코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앙상한 나뭇가지에 항상 외롭게 자리 잡고 있던 둥지 옆으로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2년 가까이 이곳에 살면서 둥지로 새가 드나드는 광경을 처음 목격했다.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담아보았다.


저 멀리 솟아 있는 나무를 휴대전화로 찍는 건 여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미세먼지도 심하고 날도 흐린 탓에 선명하게 찍지는 못했다.


날이 좀 더 맑았다면 선명하게 새를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2주 뒤 어느 날.


며칠 비가 내리더니 맑게 갠 화창한 봄 날씨.


예쁜 하늘을 배경 삼아 내가 아끼는 우리 집 앞 홀로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를 다시 사진에 담아본다.


푸른 잎에 가려 이제는 잘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 함께 있을 새들도 함께.


이상하게 이 나무만 보면 나는 안심이 된다.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곧게 우뚝 서서 나를 보듬어줄 것 같아서.



그러던 어느 날.


2025년 1월 1일.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남편과 함께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롱패딩을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뒤 삼삼오오 동네 근처에서 해 뜨는 걸 구경했다.


올 한 해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망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까치가 지저귀는 소리에 평소 아끼던 나무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새해 아침부터 둥지 근처에서 정답게 지저귀는 까치를 마주하게 되니 너무나 반가웠다.


​얼른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내리쬐는 햇빛에 육안으로 까치가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마치 올 한 해는 더 좋은 일이 가득할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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