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 디자이너와 마케터는 최상의 협업 조직 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언어와 사고방식으로 인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저는 뷰티 제조업에서 디자이너로 시작, 마케터로 직무를 이동, 브랜드 디렉터 그리고 여성 리더로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디자이너 였을때는 마케터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마케터가 되고 보니 디자이너였을 때 이런 역량을 더 키웠더라면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 여러분에게 제 생각을 공유합니다.
첫 번째, 디자인은 비즈니스다
디자인 창작물에는 메시지가 담겨있어야 합니다. 제조업에서 디자인은 예술활동이 아닙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최종 그 제품을 구매, 사용, 경험하는 모든 활동 단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칫 크리에이티브에만 치중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하는 마케터와 감성 디자이너 사이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소통이 안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제가 주니어 시절 생산할 제품에 대해 공장에서 사전 미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님! 지금 예술하십니까?” 원가 구조도 안 좋고 이거 생산도 안됩니다! “매장에서 이걸 어떻게 진열하나요? 이거 사용하기 불편할 것 같은데?" 여기저기 클레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케팅 계획에 충실하게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최종 선택한 안 입니다만…..”라고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입이 안 떨어지더군요. 뭔가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두렵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모든 것이 엉망이 돼버린 것 같았죠.
결국 디자인 경쟁력은 채널과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외부고객, 무엇보다도 이익과 직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잘 결국 잘 팔리는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디자인 비즈니스의 본질입니다.
"두 번째,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워라"
혼자 하는 디자인은 없습니다.
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해결방안을 찾고 설득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하게 됩니다.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 역량을 가졌다 할지라도 어떻게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에 따라 100점짜리 디자인이 200점짜리가 되기도 합니다. 혹여나 맘에 안 든다고 하면 상대방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면 결국 스트레스는 물론 일을 대하는 태도마저도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디자인이 좋네요, “이거요 “라는 단순한 답변보다는 마케터가 기획한 의도에 맞게 강조해야 할 요소 중심으로 디자인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디자인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본인의 의도를 잘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량입니다.
"세 번째, 때론 오지랖이
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400 계주를 뛰어 보신 분이라면 바통 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실 겁니다. 디자이너는 마케팅 계획에 대한 OT를 받고 나면 열심히 뛰다가 다음 팀에게 바통을 넘깁니다, 잘 넘기려면 그다음 주자의 상황도 잘 알아야 합니다. 때론 설계 도면도 볼 줄 알아야 하고 생산할 때 어떤 포장재나 방법을 썼을 때 더 좋은 퀄리티가 나오는지도 체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제품이 고객을 만나서 어떤 점에 만족하고 불만족하는지 리뷰도 중요하죠. 하지만 대부분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모른 채 내 바통만 잘 받으면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생각의 폭을 넓혀보세요. 오프라인에서는 어떤 브랜드와 진열대에서 경쟁하게 되는지,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하면 노출도를 높일 수 있는지.. 서비스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고객들은 어떤 불만들이 있는지. 글로 보는 기획서보다 콘셉트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디자인 역량을 쌓는 것!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옳은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사람. 더 멋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