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어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내 인생은 정말 도무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항상 나오는 주제가 있다. "너희 이번 연도 계획이 어떻게 돼?" 그러면 항상 같은 답을 한다. "나는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도무지 모르겠어. 당장 한 달 뒤일지라도" 서른 살인 지금. 이 대답을 우리 엄마 아빠가 들었으면 얼마나 철이 없다고 생각할까... 뼈 빠지게 사교육을 시켜서 대학에 보내놨더니, 대학 졸업 후에 번듯한 직장 생활을 하기는커녕 갑자기 요식업에 뛰어든다고 하더니, 3년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3년 후 이제는 백수가 되어서는 아무 계획이 없다라...
잠깐 몸 담았던 요식업의 세계를 이야기해 보자면, 대학 졸업 직 후 큰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개인 브랜드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3년간 거의 신인 아이돌의 마인드로 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뼈가 갈리는 심정으로 열심히 살아왔다. 직원 한 명 없이 혼자 운영하다가 점차 바빠지면서 직원 수도 늘려가며 조금씩 키워나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말 바쁘던 전성기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 상권으로 동종 업종의 프랜차이즈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면서 쇠퇴기를 맞게 되었고, 깊은 고민 끝에 정리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말 그대로 백수가 되었다. 그리고 3년간 꿈에만 그려보던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사업을 하게 되면 그게 비록 작은 사업일지라도 내 시간을 내기가 참 힘들다. 주말이라고 해서 내가 내 사업과 분리될 수는 없다. 주말에도 내 머릿 속의 정신은 가게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고 해야 할까.. 몸 또한 요식업이다 보니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장을 보러 다니는 날도 잦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던 나는 일을 하면서도 취미생활들을 절대 놓지는 않았다. 눈 뜨면 헬스장에 출근도장을 찍고, 브레이크 타임에는 피아노 레슨받으러 뛰어나가고 그러다가 날씨 좋으면 두어 시간씩 산책을 해야 하는 성향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항상 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백수가 되어버린 지금의 내 상황은 '막막한' 백수라기보다 '행복한' 백수라고 할 수 있다. 그냥 행복한 백수도 아니고 '행복한' 앞에 '너무나도'라는 부사를 붙여야 될 것 같다. '너무나도 행복한 백수'.
하지만 '너무나도 행복한 백수'일지라도 일을 그만둔 직 후에는 마음 한편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당장에 만료된 자격증이나 다시 따야 하나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하지만 곧바로 내 머릿속에서 어딘가에 취업을 할지라도 그 이후 또 쳇바퀴 같은 일상과 함께 내 시간 없이 살아가는 내 모습이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그게 인생일까?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올려다보니 하늘은 이렇게나 파랗고 예쁘다. 또 하필이면 따뜻해진 공기와 함께 꽃내음이 솔솔 밀려온다. 이렇게나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돈을 벌어먹고 살아가는 게 인생일까?
그래.. 내가 나에게 퇴사(?) 선물을 주자. '1년'이라는 시간의 선물.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단위의 비물질적인 손에 잡히지 않는 선물. 뭔가 멋진 선물이다. 이 시간 동안 진짜 인생이 뭔지 찾아봐야겠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해 볼 작정이다.(선물로 받은 시간이니 더욱!) 그리고 이 시간들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그건 마냥 이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작은 몸부림일 것이다. 그리고 이 자유로웠던 시간들을 잘 보관하려는 노력일 수도 있겠다. 힘든 시기가 오면 언제나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자 이제, 너무나도 행복한 백수 라이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