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이게 바로 MZ세대들의 주거방식.
사실 독립은 대학생 시절부터 내 로망이었다. 그걸 서른 살 이제서야 이루었다. 이뤘다고 할 수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70% 정도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엥 독립한 거면 독립한 거지 퍼센트를 왜 따지냐고? 살짝 애매한 독립이기 때문이다. 이유를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우선 여동생과 함께 방을 구했다. 하지만 집을 같이 동시에 쓰는 것은 아니다. 철저하게 둘이 겹치는 시간을 피한다! 회사를 다니는 동생이 월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쓰고 내가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낮까지 쓴다. 그리고 둘이 이 공간을 쓰지 않을 때는 각자 본가에서 생활을 한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면 본가에는 우리의 18살 먹은 반려견이 있다. 그래서 본가에 아예 안 가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중간에 우리 강아지 머리 만져주러 가야 한다.) 그래서 약간 반독립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나는 백수가 되었으므로 평일 낮 시간이 아주 자유롭다. 그래서 나는 평일 낮에 비어있는 이 집에 들어와서 작업실처럼 쓰고 있다.
작업실이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지만 현실은 정말 작은 원룸 오피스텔이다. 정말 작았지만 왜 이 집을 선택했냐면 우리가 이 집을 보러 온 시간대 때문이다. 하필이면 우리가 일몰 시간에 맞춰서 온 것이다. 이것은 부동산 아주머니의 계략이었을까? 이 집은... 일몰 맛집이었다. 층수가 높은 편이라 창밖 뷰는 막힌 곳 없이 뚫려있고, 밑에 보이는 다닥다닥 한 주택 뷰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집을 둘러보면서 노을이 천천히 지는 모습을 동시에 지켜보았다. 이미 나와 동생은 그 순간부터 속으로 인테리어를 구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집을 보고 나온 정확히 3시간 뒤에 부동산 아주머니께 바로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방금 ***집 보고 간 사람인데요. 계약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반독립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스토리.
이 공간은 정말 내 작업실이 되었다. 우선 가장 먼저 들여온 가구는 본가에 있던 내 전자피아노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피아노라니.. 이건 나에게 정말 꿈이 현실이 된 상황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실현될 제 꿈은요. 나만의 서재 만들기이다. 작디작은 원룸이라 서재를 논하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가구로 피아노와 침대만 들여놓았을 뿐인데도 이 집은 만석이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 같다. 그래서 서재라기보다는 앉거나 엎드려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카펫 한 장 깔아놓고 방 안에 결계를 쳐두는 것이다. '이 카펫 위를 올라온다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합니다.'의 공간.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요즘 그래서 마음에 드는 카펫를 찾겠다고 '오늘의 집' 사이트를 계속 들락날락 중이다. 그리고 책을 올려놓고 볼 그럴싸한 테이블도 찾아야 한다. 높은 테이블 말고 좌식 테이블로. 옆에 책 선반에 책을 가득 쌓아두고 과일을 까먹으면서 보는 내 카펫 위에서의 독서라. 생각만 해도 웃음이 새어 나온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고 얼른 '오늘의 집'에서 주문부터 하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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