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평균적인 70%의 인간

by 뿌로

흔히 시험관 1차는 로또라고 불린다. 시험관의 성공확률은 대략 30%라고 한다. 로또라 불리는 것보단 후한 확률이 아닌가? 지극히 문과적인 학생이었던 내가(사실은 체대생) 확률을 논하게 만드는 난임이라는 녀석은 강적이 틀림없다. 이번에는 후회 없는 시험관을 위해서 다소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 이러한 의견 피력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야흐로 전 주기 인공수정 당일, 대기실에는 나와 또 다른 한분이 대기 중에 있었다. 도착시간이 비슷한 걸로 보아 나와 순서가 비슷하시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지.. 근대 뭔가 그냥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내가 먼저 들어가고 싶었다.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임신이 될 거 같은 그런 터무니없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역시나 그분이 먼저 들어갔고, 나는 그분 다음으로 들어가서 시술을 받게 되었다. 약간의 찝찝함이 있었지만 잊고 지내던 중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자주 보는 맘카페 댓글에서 내 앞의 그분을 만나게 되었고 연락도 하게 되었다. 정말 터무니없겠지만 사실이었다. 우리 둘 다 놀라운 인연이자 같은 처지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대망의 임테기를 할 수 있는 날... 우리의 운명은 말 그대로 희비가 교차했다. 그분이 희 내가 비였다. 하하 정말 이 망할 놈의 육감.

살포시 희미하게 보이는 두줄을 보내주시며 나의 결과를 묻는 그분이 다소 야속했다. 그렇게 나는 실패로 끝났던 기억이 있다.

이런 찝찝함을 덜고자 이번에는 선생님께 미리미리 부탁도 드리고 찝찝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고 진행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테니까. 왠지 잘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 당일에는.

하지만 이전의 실패의 기억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호르몬약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그냥 심란한 나의 마음인지 집에 들어와 한없이 땅굴을 팠다가 또 들떴다가 아주 요란한 호르몬의 노예가 되었다. 그렇게 10일이 지났다.

보통 4일 배양하면 8일 9일 차부터 희미하게나마 두줄이 보여야 성공이라고들 한다. 병원에서는 피검사 당일이 가장 정확하다지만 경험상 저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넣는 질정과 주사가 지겨워질 때쯤 나는 임신테스트기에 손을 대고 말았다.

한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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