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시험관을 시작하다.

by 뿌로

냉정한 한 줄에 예상하고 있었던 실패였지만, 병원의 공식적인 "비임신입니다."라는 내용의 전화는 애써 기분을 환기시키려 나갔던 나들이에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전화를 받고 화장실 한편에서 휴지를 부여잡고 소리 죽여 엉엉 울어버렸다. 내가 속상해하면 더 속상해하는 남편을 알기 때문에 애써 웃음을 지으며 나갔지만,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마치 최후의 수단이라는 듯 시험관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아니 물러날 곳도 없는 최전방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주사나 검사는 무섭지가 않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학습된 나의 절망이었다. "시험관을 했는데도 한 줄이면 어쩌지.." 그놈의 두줄이 뭐길래 이렇게 나오지를 않는 것인지. 임신테스트기의 스티커를 떼었다 붙였다 , 분해를 했다 도로 끼워넣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이젠 테스트기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임신이 하고 싶었다.

이번 시험관이 마지막이길 기도하며 나는 최전방에서 난임이라는 적과 싸우는 병사가 되었다.


시험관은 인공수정과 뭔가 다르긴 달랐다. 열심히 뱃속에 알을 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소중하게 열심히 품어 채취를 한 후 우리는 처음으로 수정된 배아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 수정된 배아는 12개, "와 수정은 되는 거였구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심 기대에 부풀었다.

정말 최악의 경우들도 많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역시 나이가 깡패였을까? 채취와 수정은 문제없이 성공했다.

하긴,,20대의 시험관 산모를 단 한 번도, 적어도 내가 다니던 병원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임산부는 있었다지만 하하 수정된 배아를 가지고 신선이식과 동결을 위한 배양을 시작했다. 그 결과 4일 배양 배아 2개를 이식하기로 했다. "쌍둥이도 좋고!! 하나라도 좋아, 잘 붙어만 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난임, 끝없는 검사와 기다림의 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