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무익…?

by 이경오

‘백해무익(百害無益) 「명사」 해롭기만 하고 하나도 이로운 바가 없음.’

나른한 오후 나절, 눈꺼풀을 내리누르며 슬금슬금 다가드는 잠기운을 커피 한잔으로 몰아내려다 보니, 뜬금없이 떠오른 단어입니다. 학교 관리자로 근무하던 시절, 때때로 이야기보따리에다 하소연을 한가득 싸 들고 교장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는 선생님들이라도 있으면 얼른 커피부터 한잔 내려 대접하곤 했지요. 은은한 커피 향을 음미(吟味)하며 엉킨 가슴속 타래를 풀어가다 보면 답답했던 심정(心情)이 조금은 후련해지지나 않을까 싶어서였지요. 그마저도 그리 효과가 없는 날이면 오래도록 쌓아온 주당(酒黨)의 내공을 십분(十分) 활용하여, 저녁 술자리라도 함께하자며 지그시 옷자락을 끌어 그 속내를 시원하게 풀어내게 한 적도 더러 있었으니, 아마도 오늘 이야기의 끈은 그렇듯 이어진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술을 백해무익한 것으로만 몰아세우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앞선 상황에서처럼 때로는 뒤엉킨 인간사(人間事)의 고뇌를 풀어내는 훌륭한 매개(媒介)가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대입 수능이 끝나던 날, 한껏 그늘진 얼굴의 아들놈을 데리고 앉아 소주 한잔을 따라주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늘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고, 때로는 가슴이 아릴 만큼 아프고 힘든 고비를 만나기도 할 테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슬그머니 그 고통에 익숙해지기도 하니 당당히 고개를 들라고…. 소나무 옹이가 그렇듯 단단해진 것도 부러지고 꺾인 상처를 참고 견뎌내는 사이에 톱날도 밀어낼 만큼의 힘을 가지게 된 게 아니더냐는 이야기도 곁들였던 듯합니다만.


"유명 가수, 덜 유명한 가수보다 조기 사망 위험 33% 높아“

오늘은 바다 건너 한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다룬 기사 하나가 눈길을 잡아끌었답니다. 얼른 표제를 보고서도 유명한 가수들이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 충분히 그러할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연구팀의 분석 결과 역시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오래전에 모셨던 교장 선생님 한 분이 퇴직 후 만난 자리에서 재임 시절 스트레스를 많이 줘 미안하다며 사과하시기에, 오히려 덕분에 더 많이 각성(覺醒)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손사래를 쳤던 기억도 다시 떠오릅니다만, 그러고 보면 스트레스도 백해무익한 것만은 아니지 않던가 싶어 그저 헛웃음만 흘리게 됩니다.



관련 기사 : "유명 가수, 덜 유명한 가수보다 조기 사망 위험 33% 높아“ / 연합뉴스 (2025.11.25.)

https://www.yna.co.kr/view/AKR20251126037900017?section=society/all&site=hot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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