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예찬(禮讚)

<주말 추억 글 마당 - 2020. 12. 1.(화)에 쓴 글입니다.>

by 이경오

아마도 1990년대 초반 무렵 어느 겨울 방학 때의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시절이었음에도 선배 선생님 한 분이 얼마 전 차를 몰고 포항에 다녀왔노라며 호기롭게 승용차 트렁크를 열더니 뚤뚤 말아 싼 정체불명의 신문 뭉치를 꺼내 놓는 것이었습니다. 포항에 다녀왔다면서 신문 뭉치를 끄집어내시는 건 또 무슨 이유 때문인가 싶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신문지를 펼쳐 눈앞에 내어놓은 건 비릿한 냄새와 함께 상한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모습의 뼈를 발라낸 꽁치 몇 마리였지요. 물론 그게 ‘과메기’라는 이름의 특산품이라는 것과 보기와는 달리 그 맛이 꽤 매력적이고 중독성 있다는 사실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마지못해 한입 베어 물고서는 금방 알아차리긴 했습니다만.


그 자리에 있던 선생님들 사이에서 과메기의 어원이 무엇이냐는 시비도 살짝 일었던 것 같습니다만, 눈을 뚫어서 꿰어 말린 생선이라는 뜻의 관목어(貫目魚)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는 건 나중에 조사를 통해 알려드렸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 청어를 이용해 만들었다가 청어 어획량이 차츰 감소하면서 꽁치를 그 재료로 대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함께 곁들여서 말이지요.


‘청어도 없어 러 수입, 과메기가 돌아왔다···’

작년에도 친구가 보내 준 포항산 과메기로 호사를 누렸습니다만, 꼭 이맘때면 입맛을 다시게 만들곤 하던 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장을 보는 식구를 따라 몇 차례 식품매장을 돌아다녀도 도무지 과메기가 눈에 띄질 않는다 싶었더니 그 이유가 따로 있었던 모양입니다. 근해에서 잡히는 꽁치, 청어의 어획량이 급감한 것은 물론이고, 대체재로 쓰이던 수입산 꽁치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요즘에 와서야 잡히기 시작해 이제 곧 포항으로 들어올 예정이라니 말입니다. 아마도 곧 식품매장 진열대 위에 비록 수입산 재료이긴 하지만 과메기가 그 자태를 뽐내게 될 모양이다 싶습니다.


어른들께 ‘음식 끝에 정 난다’란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것 중에서도 함께 먹거리를 나누어 먹는 중에 생기는 인심만 한 게 있을까 싶습니다. 서 푼어치도 안 되는 권세 자랑일랑 모두 거둬들이고, 과메기 안주 삼아 소주 한잔 곁들이며 서로의 속내를 펼쳐놓노라면 훨씬 더 인정 넘쳐나는 희망찬 세상이 될 터인데 말입니다.


관련 기사 : "와 이리 늦었노"···청어도 없어 러 수입, 과메기가 돌아왔다 / 중앙일보 (2020.11.3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3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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