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천국 가기…

<주말 추억 글 마당 - 2020. 12. 11.(금)에 쓴 글입니다.>

by 이경오

얼마 전 진주에 들렀다가 들은 이야기가 허언(虛言)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당분간 진주에 가 있을 아들놈 방 하나 구하느라 반나절 동안 공인중개사 한 분과 같이 다니노라니, 최근 그 지역의 집값이 갑자기 오른 탓에 집주인들이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으로 받은 수천만 원의 곱절을 물어가면서까지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였지요. 집값이 수억 원 올랐으니 위약금 수천만 원을 되물어주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인데 그게 상식에 비춰 말이 되는 소리냐고 애꿎은 그이에게 되묻기도 했습니다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히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아마도 ‘의식주’라고 답하는 이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먹고 입는 문제야 눈높이만 조금 낮추면 그리 큰돈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도 있을 터입니다만, 주거의 문제만큼은 상황이 좀 다르지요. 그래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젊은이들도 신혼살림을 차릴 집 장만을 필수 요건으로 여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자들의 주례를 서면서 빼놓지 않고 했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서로에게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되어주길 당부하는 것이었습니다만, 마중물을 붓자면 물이 머물 펌프가 있어야 하듯 그런 마음으로 상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함께 지친 몸을 쉬일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그렇게도 우리네 삶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보금자리인 주택이 언제부터인가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한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그로 인해 행복한 미래를 그려가야 할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니 더더욱 가슴이 아려옵니다.


종종 부자가 천국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말하며 부(富)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경계하곤 합니다. 물론 열심히 땀 흘려 더 넉넉한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이들을 향한 말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곤란한 입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릇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자신이 쌓은 재물을 움켜쥐고서 도무지 주위와 나눌 줄 모르는 이들을 경계하는 말이겠지요.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고 했다는 생텍쥐페리의 말마따나 ‘삶’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을 뭘 그리 바리바리 싸 들고 애를 쓰며 다니려 하는지 한 번쯤 지그시 우리네 초상(肖像)을 살펴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 기사 : 아파트값 '더 오를 것' 계약해지 속출…"싸게 팔았다" 소송전도 / 매일경제 (2020.12.09.)

https://www.imaeil.com/page/view/202012091638575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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