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寸鐵殺人) 「명사」 한 치의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 간단한 말로도 남을 감동하게 하거나 남의 약점을 찌를 수 있음을 이르는 말.’
부친은 거나하게 막걸리라도 한잔 걸치신 날이면 이제 갓 학교 문턱을 넘어선 아이와 입씨름을 벌이곤 하셨습니다. 어린 자식을 앞에 두고 어른이 이 무슨 해괴망측(駭怪罔測)한 일을 벌였던가 하고 오해하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 입씨름이란 게 다름 아닌 속담이나 격언, 때로는 사자성어를 나열해 가며 말문이 막히는 사람이 지는 경기였으니, 아마도 자식의 지식욕을 자극하려는 부친의 다소 과열된 교육열에서 비롯된 일이었던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말이 막히면 좀 더 노력하라는 부친의 놀림만 받으면 그만이었지만, 어찌어찌해서 운 좋게 이기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에 따른 두둑한 보상(?)이 뒤따랐으니, 사실 아이에겐 그리 손해 볼 것 없는 온전히 남는 장사였던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게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촌철살인의 든든한 자산(資産)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츰 깨닫게 되었습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명사」 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를 바꾸어 쓴다는 뜻으로, 고인의 시문의 형식을 바꾸어서 그 짜임새와 수법이 먼저 것보다 잘되게 함을 이르는 말.
오래전 대학원 수강 중에 한 교수님으로부터 당시 정치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해 줄 수 있느냐는 뜬금없는 요청을 받았던 기억을 종종 떠올리곤 합니다. 당시 정치 상황은 앞서 겪어보지 못했던 황당한 사건들로 점철(點綴)되던 시기였던지라. 적당한 표현을 떠올려 보라는 의도였던 모양입니다. 그때 이 사람이 내놓은 답은 ‘환골탈태(換骨奪胎)’란 말이었으니, 비록 시문(詩文)을 다듬는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말이라고는 하지만, 글자들이 가진 뜻 그대로 풀이하면 뼈와 태를 바꾸어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이룬다는 의미로, 그 시절에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지요. 교수님은 물론 주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지그시 고개를 끄덕였던 듯합니다만.
‘올해의 사자성어 '변동불거(變動不居)'…’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그해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무엇일까를 곳곳에서 발표하곤 하더니, 올해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라고 합니다. ‘주역(周易) 계사상전(繫辭上傳)’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합니다만, 거센 변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사회가 불확실한 시대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참으로 황망한 일들이 거듭되는 가운데 바삐 지내온 한 해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만, 모두가 좀 더 겸허한 마음으로 배움에 정진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면 얼마든지 새롭고 희망찬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터입니다.
관련 기사 : 올해의 사자성어 '변동불거'…세상이 끊임없이 흘러가며 변한다 / 연합뉴스 (2025.12.08.)
https://www.yna.co.kr/view/AKR20251208037700530?section=society/all&site=hot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