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유감(黃金 有感)

by 이경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어릴 적, 부친과 마주 앉기라도 할 참이면 어김없이 듣곤 했던 말입니다. 고려 말엽의 최영 장군이 남긴 명언(名言)이라고 들었던 듯합니다만, 사실은 그 아버지 최원직의 유언을 받들어 아들인 장군이 평생토록 되새겼던 좌우명(座右銘)이라고 하지요. 아마도 이 사람의 부친 역시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아들이 혹시라도 앞으로 유혹 앞에 마주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결코 부정한 재물을 탐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건네기 위해 그리라도 일러두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 덕분에 한 갑자(甲子)를 훌쩍 지나도록 세상과 부대껴오면서도 헛된 욕심을 부려가며 재물을 쌓으려 한 기억은 그리 떠오르질 않으니, 그만하면 되지 않았냐며 자족(自足)하는 허튼 객기까지 부려 봅니다.


사실 부족한 글재주를 무릅써 가면서도 칠팔 년 전 허름한 글 마당을 일구게 된 것 역시 부친에게서 받았던 정신적 유산을 그렇게라도 아들놈에게 전해볼까 하는 심산(心算)에서였답니다. 매일 같이 아침마다 아비에게서 보내온 글을 마주하노라면, 비록 ‘꼰대’라는 생각이 떠오를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되새기는 중에 세상살이에 대한 제대로 된 안목은 조금이나마 생기지 않을까 싶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어느덧 어엿한 사회인으로 제 몫을 다해가고 있는 아들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런대로 반듯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싶어 괜스레 돌아앉아 혼자서 흐뭇한 웃음을 삭여 보기도 합니다.


‘우리 집 오래된 LG에어컨도 혹시?···’

그런 걸 행운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서 황금을 발견한 이들의 사연에 생뚱맞게도 그만 최영 장군의 좌우명까지 꺼내 들고 말았습니다. 평소 집에서 사용하던 모(某) 전자 회사의 에어컨 로고가 금으로 제작되어 있었던 터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맘때에 이르러 커다란 횡재를 얻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가만히 되새김질해 보노라니 그게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그 회사는 자기네 제품에 관심을 가지고 사 가는 소비자들이 그저 감사해 그러했을 터이고, 오래도록 아끼며 사용해 온 이들은 또 그들대로 그 끄트머리에 생각지도 못했던 이익을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그저 흐뭇한 일이 아니던가 싶으니 말입니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그저 감사한 마음만으로도 세상이 이리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 우리집 오래된 LG에어컨도 혹시?···‘휘센’ 로고 떼어보니 순금, 71만원 번 사연 / 경향신문 (2025.12.17.)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17102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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