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전문(全文)이랍니다. 오래전 선배 교장 선생님 한 분이 종종 사석에서 그 시를 조용히 되뇌곤 하셨으니, 그럴 때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했던 기억 역시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들고 맙니다. 아마도 그동안 지내온 삶을 양심(良心)에 비춰 본 탓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만, 정작 시구절을 옮기시던 그 선배님의 표정 역시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았으니, 아마도 듣는 이들과 비슷한 심정이 들어 그러하신 건 아닐까 싶어 혼자서 짓궂은 상상을 해보기도 했던 듯합니다.
잠시 집을 비우시며 연탄불 잘 돌보라는 엄마의 당부에 혹시라도 꺼트릴까 싶어 부엌을 들락날락하며 전전긍긍하던 아이의 모습은 이젠 아득한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꼭 이맘때면 요즈음의 연탄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싶어 그 동정(動靜)에 귀를 기울이곤 하니, 이것도 아마 아련한 그리움 때문인가 싶습니다. 마침, 스마트폰을 뒤적이다 접한 연탄 소식에 번쩍 귀가 뜨였으니, 1980년대 150원 정도이던 장당 가격이 지금은 800~900원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물류비나 인건비 등의 부가 요소를 더하노라면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데다 특히나 배달하기 힘든 지역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 가격이 높아진다고 하니, 괜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당연히 그러한 지역은 살림살이가 팍팍한 이들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이 계절을 더더욱 속을 태워 가며 지내고 있을 게 아닌가 싶으니 말이지요.
‘페라리 타면서 "지긋지긋한 가난"…’
주말 기사들을 섭렵(涉獵)하던 중에 가슴을 아리게 하는 표제 하나가 눈에 띄어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니,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여 있길래 그러한 표현까지 썼을까 싶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사람이 생각한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놀이처럼 따라 하는 ‘밈(Meme) 현상’에 대해서야 여러 차례 들어온 터입니다만, 가난을 희화화하며 가난 챌린지를 벌이는 볼썽사나운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죽했으면 한 연예인이 “가난은 농담으로 쓰기 힘든 감정”이라고 비판까지 했다니,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종종 혼자서 읊조리곤 했던 작고한 신경림 시인의 시구절이 떠올라 다시 한번 울컥한 마음에 빠져들고 맙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시린 가슴을 따뜻이 안아 주던 연탄불의 열기(熱氣)도 그리워지고 말입니다.
관련 기사 : 페라리 타면서 "지긋지긋한 가난"… 연예인도 비판한 '가난 챌린지' / 조선일보(2025.12.27.)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12/27/DWL3H6TYJBFD3B6JCBOJNNII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