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 몸담고 있던 시절, 주위 지인들에게서 종종 부러움을 샀던 일 중의 하나가 ‘방학(放學)’이 있다는 사실이었던 듯합니다. 하기야 여름과 겨울, 그리고 그보다 짧긴 하지만 봄방학까지 포함하면 일 년에 두세 차례에 걸쳐 방학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그런 이야길 들을 때면 우리가 학창 시절 경험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겐 그 방학이란 게 교실을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이 분명하지만, 교사들은 각자가 맡은 학교 행정업무나 각종 연수 활동 참여로 인해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듯 온전한 휴가 기간만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습니다. 물론 선생님들께는 그러한 바깥 상황을 헤아려 방학 동안 각자가 더더욱 교육적 자질을 신장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주시길 당부드리곤 했던 기억도 함께 떠오릅니다만.
도무지 얼굴 보기 힘들던 아들놈에게서 웬일로 전화가 연거푸 걸려 옵니다. 올해 미처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사용해야 한다며, 부모님과 함께 어디라도 여행을 가면 어떨까 싶다는 것이지요. 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내내 프로젝트 수행에 매진하느라 쉴 틈이 없었으니, 그리라도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용무가 생겨 회사 호출을 받았다고 툴툴거리며 다시 제 직장으로 급히 향해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괜스레 부모의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앞으로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짊어질 믿음직한 어깨도 생긴다는 걸 너무도 잘 알면서도 말이지요.
‘연말 출근길 ‘연차 방정식’…’
늘 출근 시간이면 ‘지옥철’이라 불릴 만큼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수도권 지하철이 세모(歲暮)를 앞두고 너무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다름 아닌 새해 신정과 맞물린 날들을 연차로 이용해 장기 휴가를 떠난 직장인들이 늘어난 탓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이면(裏面)에는 인건비 부담으로 억지 연차에 나서는 이들, 연차임에도 온전한 휴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 아예 연차 혜택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야 하는 이들의 한숨이 드리우는 그림자의 무게도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고갯길, 모두가 가슴을 열고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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