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국가에서 운영하는 장학재단을 비롯해 각종 장학금 지원과 관련한 복지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는 덕분에 등록금에 대한 학부생들의 고민은 다소 줄어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어디 예전에야 사정이 지금처럼 그리 녹록했답니까. 집안 형편이 그런대로 번듯한 이가 아니고서는 매학기 감당해야 할 등록금 마련을 위해 촌분(寸分)을 아껴 써야 하는 고학생(苦學生)들이 수두룩했으니 말이지요. 이 사람 역시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만, 학부 시절 당시 군사 정권이 휘두르던 서슬 퍼런 사정의 칼날 아래 손쉽게 학비를 마련할 수 있었던 중고등학생 개인 과외 교습의 통로는 완전히 막혀버렸고, 다른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아 전전긍긍하던 중에 가장 소개를 많이 받았던 곳 중의 하나가 주유소였지요.
주유소에서의 학생 아르바이트는 주로 야간 근무로 이루어지다 보니, 부족한 수면 시간을 지혜롭게 메꾸어내는 것도 고학생들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때로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밤잠과의 힘겨루기에 느슨해진 의식의 빈틈을 주유를 위해 드나드는 차량의 경적(警笛)이 매서운 채찍질로 일깨우기도 했지요. 새벽녘 주간 근무자와 교대하고서, 졸린 눈을 비비며 떠나는 그들의 처진 뒷자락을 주유소의 매캐한 공기가 잡아끌기라도 하는 날이면 발걸음은 더더욱 무거워졌으니, 그 시절의 주유소는 고학생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곳이었던 셈입니다.
모 방송인이 김해 지역 어느 주유소에 ‘북카페’를 입점했다는 소식을 언젠가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젠 주유소가 예전의 그 매캐한 기름 냄새만 배어나던 곳은 아닌 모양입니다. 탁송 업체의 배송지 역할도 할뿐더러 중고 제품 거래소, 동네 응급처치 사업소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하기야 각기 다른 분야의 브랜드가 협업하여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기법을 ‘콜라보(collaboration)’라고 한답니다만, 꽤 넓은 부지를 보유한 주유소의 특성상 마음만 먹는다면 다양한 영역과의 협업도 가능한 것이 사실일 터입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겹치며 경기(景氣)가 추락하고 있다는 반갑잖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옵니다만, 불평만 늘어놓는다고 닥쳐온 난관이 해결될 일은 아니겠지요. 앞서 주유소 사례처럼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업 체제를 모색해 갈 때 새로운 돌파구도 열릴 터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보니 경기도 모 지역 대형마트에서 샤워 시설을 마련하여 자전거 내방객들이 땀을 씻고 시원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소식에 헛웃음을 흘렸더니, 그 역시 힘든 상황을 돌파해 가기 위한 멋진 시도였다는 생각에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됩니다.
관련 기사 : 기름 넣고 빵도 사간다… 주유소의 대변신 / 조선일보 (2022.07.11.) https://www.chosun.com/economy/auto/2022/07/11/ZVF75PZZA5EQXKX6ZBV2GH6M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