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 효과 vs 크레스피 효과

<주말 추억 글 마당 - 2020. 01. 06.(월)에 쓴 글입니다.>

by 이경오

언젠가 아침 글 마당에서 ‘위약 효과(僞藥 效果)’라고도 불린다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에 관한 이야길 함께 나누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플라시보(placebo)’라는 말은 ‘내가 기쁘게 해주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placeo’에서 나왔다고 합니다만, 실제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약임에도 환자가 이를 특효약이라고 굳게 믿도록 설득하노라면 놀랍게도 병세가 호전(好轉)되는 현상을 가리킬 때도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처럼 믿기 어려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따져 드노라면, 긍정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환자의 굳은 믿음이 그 근간(根幹)이 된 것임이 분명한 듯합니다만.


그러고 보면 칭찬 역시 그와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게 아니던가 싶습니다. 비록 소소한 일일지라도, 아니 어떠한 경우에는 전혀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보이는 상황을 대하더라도, ‘지금 당신은 아주 잘하고 있어요.’라며 상대를 다독이고 칭찬해 주면, 실제로 그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게 되어 더더욱 열정적인 태도로 업무에 임해 결국에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 역시 살아오면서 실제로 그러한 사례들을 심심찮게 경험하곤 했으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긴 합니다만, 겁 많은 딸아이가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울 때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기에 조금씩 손을 잡아주면서 정말 잘한다고 꾸준히 칭찬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 무렵에 정말 아파트 안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쌩쌩 달리는 딸아이의 모습을 목격하고서 오히려 제가 더 마음 졸였던 기억도 떠오릅니다만.


‘보상 효과는 잠깐… 점점 더 많은 '당근' 필요로 하죠’


학부모님들과 상담하노라면, 아이가 시험을 잘 치면 그 대가로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사주기로 했다는 이야길 종종 듣곤 합니다. 아마도 틀림없이 그 물건이 오늘 이야깃거리로 삼은 기사 속의 ‘보상 효과(크레스피 효과)’의 기제(機制)가 되어 아이가 더 열심히 하도록 자극할 게 분명하지만, 그 효과가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 또한 높은 게 사실일 듯합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평소 좀 더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소한 일이더라도 꾸준히 칭찬하고 격려하는 게 거시(巨視)적 관점에서는 훨씬 더 효과가 클 터입니다. 하기야 그러한 이치가 어디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겠습니까. 우리네 삶에서 마주하는 곳곳의 상황에서 원용(援用)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던가 싶으니 말입니다.




관련 기사 : 보상 효과는 잠깐… 점점 더 많은 '당근' 필요로 하죠 / 조선일보(신문은 선생님) (2019.11.15.)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4/2019111400436.html

작가의 이전글붉은 말의 기상(氣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