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전성시대…

by 이경오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 Z…‘


방학이랍시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서울 친척댁을 찾았던 아이에게는 신세계란 게 바로 이런 곳인가 싶었을 것입니다. 아이가 살던 동네에서는 샅샅이 살펴도 몇 집 찾아보기 어려웠던 TV가, 높다란 돌층계를 따라 들어간 번듯한 양옥집 거실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눈을 더더욱 휘둥그레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던 듯합니다. 때마침 그 시간이 저물녘 어린이 만화 방영에 맞추어졌던 모양인지. 신나는 노래와 함께 위풍당당한 마징가Z가 마치 TV 화면을 뚫고 튀어나오듯 날아오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당시 아이들이 그토록 만화 속 로봇의 활약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다음에 이어진 가사의 내용처럼 불안하게 흔들리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든든한 믿음을 전해 주었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 쓰는 착한 이. 나타나면 모두 모두 덜덜덜 떠네…‘


사실 그게 바다 건너 이웃 나라에서 건너온 만화라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무쇠 팔과 무쇠 다리, 로켓 주먹까지 휘두르며 악당들을 물리치는 인조인간의 믿음직한 기세는 그저 아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주었던 듯합니다. 아마도 그 모습을 지켜보며 못내 아쉬워했던 이들도 있었던 모양인지, 그로부터 그리 머지않은 날에 우리네 전통 무술인 태권도의 기세를 장착한 로봇이 등장해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설레게 했던 기억도 슬그머니 떠오릅니다.


’'中 로봇 쇼크'라는데… "쿵푸만 해서 쓸모없다"‘


언젠가 대륙의 한 제조사가 현란한 쿵푸 동작을 시현(示現)하는 로봇을 등장시켰다는 소식을 들으며 앞서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기어코 로봇까지 동원해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시대가 등장할 참인가 싶었던 게지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그저께 열린 ‘CES 2026’에 등장한 우리네 휴먼 로봇 관련 소식을 대하노라니, 이 사람의 인지(認知) 기능이 이토록 허술했던가 싶어 목덜미가 후끈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쿵푸만 하는 로봇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관계자의 설명을 전해 들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관점의 다양성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떤 이보다 더 강조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과연 그 관점의 합목적성까지 헤아려왔던가 싶어 서둘러 지나온 날들을 되살펴 보게 됩니다. 아마도 아들놈 역시 그 전시회 소식에 관심이 있었던 모양인지, 곧이어 SNS로 제 아비에게 전해온 일성(一聲)에 딴은 교육 현장에서 오래도록 생각의 밭을 단단하게 일궈 왔다고 자부하던 이를 힘없이 허물어지게 합니다.




관련 기사 : '中 로봇 쇼크'라는데… "쿵푸만 해서 쓸모없다" / 조선일보(2026.01.08.)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6/01/08/MJRGIYZUMZSGCNDEHBQWCYJV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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