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힐부득 vs 달달박박

<주말 추억 글 마당 - 2020. 01. 17.(금)에 쓴 글입니다.>

by 이경오

얼마 전 어느 등산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경남 창원 ‘백월산’에 관한 안내 정보를 접하게 되었답니다. 덕분에 오래전 한문 수업 중에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던 무척 귀에 익은 이름도 흐릿한 기억 속에서 불러내게 되었고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라는 불교 설화와 관련된 이야기랍니다. 도대체 그 산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증 많은 성향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지 온라인 매체를 이리저리 뒤적이고 다니다가 재미있는 기사 표제 하나를 발견했지요.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그 이름 한번 재미있네’


친구 사이였던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은 뜻을 같이하며 출가(出家)해 스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각각 백월산 무등곡의 북쪽과 남쪽 암자에 기거하며 수행을 하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밤 낭자의 모습으로 현화(現化)한 관음보살을 만나게 되어 하룻밤 기거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지요. 박박은 도량(道場)에서 남녀가 함께 지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해 버리지만, 부득은 중생의 뜻을 따르는 것 역시 수행하는 자의 임무라 여기며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답니다. 더구나 낭자의 갑작스러운 출산까지 돕고 목욕도 시켜주다가 그가 관음보살임을 알게 되었고, 그 목욕물로 목욕해 미륵불이 되었다고 합니다. 뒤늦게 자신의 무지를 깨달은 박박도 부득의 도움으로 아미타불이 되었고, 훗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신라 경덕왕이 이곳에 남사라는 큰 절을 세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설화로 전하는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자못 묵직하기만 합니다. 즉, 자신의 ‘수도(修道)’와‘정진(精進)’만을 위해 여인을 배척한 박박보다는, 계율을 깨고 그 여인을 절 안으로 받아들여 도운 부득이 먼저 성불(成佛)함으로써 불교의 진정한 정신은 계율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대중에 대한 자비심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박박에게도 도움을 주어 함께 성불한다는 부분에서는 자비(慈悲) 사상 더더욱 잘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以令率人(이령솔인), 不若身先(불약신선)’


연일 매스컴에 등장해 각종 법규를 들먹이며 자신들의 뜻대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치인들을 보며 진정 사람 향기 나는 세상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평소 즐겨 쓰는 말입니다만, ‘以令率人(이령솔인), 不若身先(불약신선)’이란 구절을 되뇌어 봅니다. 명령이나 규율로써 사람들을 거느리는 것은 몸소 앞장서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라지요. 바람직한 리더의 자세는 과연 어떠해야 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련 기사 :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그 이름 한번 재미있네 / 오마이뉴스(2010.03.2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52397&CMPT_CD=P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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