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복무로 인해 생긴 휴학이나 복학, 매년 두 차례의 방학이 그에 해당하는 시기였으니, 길게는 6개월, 짧게는 2~3개월에 걸쳐 여러 차례 몸담았던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아마도 이맘때쯤이면 역시나 그러한 광경들이 그곳 구석진 사무실 어딘가에서 펼쳐지고 있지는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래도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인정까지 받으며 밀린 대금(代金) 회수의 막중한 임무를 걸머지고서 거래처를 찾을 참이면 평소와는 다른 숨 막히는 신경전이 펼쳐지곤 했습니다. 사실 받으러 가는 이의 관점에서야 명절 대목이 눈앞에 속속 다가들고 있으니, 미리 내어준 물건값을 받아야 가게 운영에 보탬이 되는 게 당연한 노릇이지만, 갚아야 할 이의 처지에서는 어디 형편이 또 그러하답니까. 앞서 어음을 끊어 줄 때만 해도 공짜처럼 부담 없이 물건을 가져다 썼지만, 막상 그 대금을 치러야 할 시점이 되면 이런저런 곳에서 제각기 손을 벌리며 다가드니, 그 막막한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나마 적당한 선에서 서로 한 걸음 물러서 대금 일부라도 주고받으면 그해 명절 대목은 그런대로 또 한고비를 넘어서곤 했지요.
사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그 어음이란 걸 발행할 때의 기분은 도대체 어떠할지 궁금하기 그지없었습니다만, 실제로 몸소 경험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매달 받는 월급을 근거로 앞서 그 어음과 그리 다르지 않은 가계수표란 걸 손에 쥐었고, 친구들과 술이라도 한잔 걸칠 참이면 호기롭게 수표 한 장을 뜯어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금액을 휘갈겨 건네곤 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사회 초년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월급을 받던 날, 휑하니 비어 버린 통장을 손에 들고서 빚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건 한순간임을 깨닫고서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습니다.
비록 그리 호된 체험을 미리 하고서도, 가정을 꾸리고 살림을 늘려가느라 ’빚‘이란 단어는 필요악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2세 교육이니, 주택 구매 등의 이유로 갑작스레 목돈이 필요할 때면 조금씩 모아가는 저축만으로는 감당이 되질 않으니, 금융 기관의 적극적인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스러웠던 건 몸담은 직장이나 평소 재정 상황의 안정성 덕분에 대출 과정에 그리 큰 어려움은 따르지 않았던 듯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만.
‘“불황인데 다들 잘만 쓰네요”...그 사람들 대부분 ‘억대’ 빚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빚’이란 단어를 기사 속에서 발견하고서 선뜩한 마음에 이야길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9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느니, 전체 대출 잔액 역시 6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느니 하는 소식들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 대출 규모 역시 만만치 않다니 더더욱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정부에서도 ‘포용금융’과 같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그 누구라도 빚의 공포에 짓눌리며 사는 일이 없도록 개개인은 물론이요, 사회 전반의 세심한 관심 역시 뒤따라야 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 기사 : “불황인데 다들 잘만 쓰네요”...그 사람들 대부분 ‘억대’ 빚 있습니다 / 매일경제(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