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Ditto) 소비…’

by 이경오

‘겨울 햇살 vs 겨울바람’


베란다 창으로 비쳐 드는 겨울 햇살이 이리도 따뜻한가 싶어 빼꼼히 창문을 열었다가, 칼날처럼 파고드는 바람에 그만 몸서리치고 말았습니다. 눈 덮인 앞산에서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타고 활강해 오던 그 아린 겨울바람에도,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한답시고 이른 아침부터 학교 앞 건널목을 서성이던 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었으니, 어느새 이리도 나약한 이가 되었던가 싶어 흠칫거리기도 했습니다.


‘고통 뒤의 즐거움은 달다’


그러고 보니, 군대 시절 200km 산악 행군을 마무리 짓고 부대로 복귀하던 때의 기억이 슬그머니 떠오릅니다. 남의 귀한 집 아들들을 데려다 굳이 혹서(酷暑)와 혹한(酷寒)의 기세가 들끓는 날들만 골라 그리도 힘든 훈련을 벌여야 하나 싶었습니다. 여러 날 극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훈련이었던 탓에 행군과 구보로 떨어진 체력도 문제였지만, 더더욱 견디기 힘들었던 고통은 발바닥에 잡힌 물집 때문이었지요. 훈련 전에 짓궂게 웃으며 10km 구보와 200km 행군 중 어떤 게 더 힘들 것 같냐고 묻던 고참의 말에, 달리기보다야 걷기가 쉬우니 행군이 더 나을 것 같다며 큰소리로 답하던 자신을 질책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부대 복귀 후 곧바로 쫓아간 PX에서 들이켰던 달콤한 음료수 한 병은 앞서 느꼈던 그 고통스러움이 눈 녹듯 사그라들게 했지요. 아마도 그 달콤함은 고통의 순간을 이겨낸 뒤에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두쫀쿠’가 뭐길래… 영하 15도 강추위에도 오픈런’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치른 먹거리 이야기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영하 15도 강추위 속에서 오픈런을 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디저트 소식은 호된 겨울바람을 맛본 이로서는 궁금증을 거두기 어려웠습니다. ‘두쫀쿠’, 요즘 젊은이들의 언어가 아니랄까 봐 그리 부르는 모양입니다만, 원래 이름은 ‘두바이 쫀득 쿠키’랍니다. 실제로 두바이에서 비롯된 먹거리인가 싶었더니, 그 이름 속에 부유함이나 초고급 이미지를 가진 중동 디저트의 특징을 담기 위한 것이고, ‘카다이프’나 ‘피스타치오’ 등의 그쪽 재료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눈앞에 다가드는 팍팍한 상황을 그렇듯 달콤한 먹거리로 위로하는 현상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꿋꿋하고 당당하게 이겨내며 즐기는 그 맛은 더 달콤할 게 분명합니다.




관련 기사 :

1. ‘두쫀쿠’가 뭐길래… 영하 15도 강추위에도 오픈런 / 동아일보(2026.01.13.)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60113/133142934/2

2. “철물점 하는데 두쫀쿠 팔아야 할까요”…두쫀쿠가 경기불황 증거? / 경향신문(2026.01.13.)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30600011

3. 피스타치오 가격 2배 만든 ‘두쫀쿠’… 유행 편승·줄폐업 제2 탕후루 될라 / 서울신문(2026.01.13.)

https://www.seoul.co.kr/news/economy/2026/01/13/20260113002003



*디토(Ditto) : 라틴어 ‘dīctus’에서 유래한 말로, ‘공감함’, ‘동의함’ 등의 뜻을 가짐.

*디토 소비 : ‘다른 사람이 사면 나도 따라 산다’는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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