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남해안 지역으로 여행하던 길에 한 유적박물관을 방문한 일이 있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역사의 숨결이 담겨있는 곳을 둘러보는 것도 소중한 공부가 되리라 싶어 입장권을 끊으려 줄을 서고 보니, 얼른 이해가 되질 않는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지역 주민들은 할인 대상인지라 지역민임을 확인할 수 있는 징표를 제시하라는 안내였으니, 그럼 외지에서 온 우린 호구인가 싶었지요. 입장료 차이도 그냥 웃어넘길 정도는 아닌 듯해서 같이 간 일행에게 혹시 이 지역에 아는 사람은 없느냐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만,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서 그냥 발길을 돌리기는 어려웠던지라 손해 보는 듯한 억울한 심정을 눌러가며 하릴없이 고개만 흔들며 입장하고 말았지요.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과는 달리 찜찜한 기분 탓에 꽤나 넓은 그곳의 전시 공간을 돌아다니면서도 머릿속은 그리 맑지 못했던 듯합니다.
종종 낯선 곳으로의 여정(旅程)에 오르노라면, 그 지역의 유적이나 관광지,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에 감탄을 멈추지 못하곤 합니다. 더불어 그게 다 그 지자체장의 역량이 아니더냐며 칭찬하기도 합니다만, 어찌 생각하면 그러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만들어내자면 만만치 않은 재원(財源) 역시 뒷받침되어야 할 게 아니냐며 사족(蛇足)을 덧붙이곤 합니다. 아마도 앞선 그 여행길에서 만난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경험도 딴은 그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속감을, 외지인들을 통해서는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그곳 지자체의 궁여지책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오늘부터 ‘한국인은 1인당 5만5000원 씩 내’…루브르, 비유럽인 입장료 인상‘
아들놈이 함께 해외여행에라도 나서자며 넌지시 팔을 잡아끄는데도 무에 그리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았던지, 제대로 변변한 계획은 세우질 못했던 터였습니다. 그래도 갈 거면 바다 건너 유럽 여행이라도 한번 하자며 말끝을 흐리곤 합니다만, 마침 그곳 소식 하나가 눈길을 잡아끕니다. 그런데 그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그곳 박물관에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입장료를 더 내도록 하겠다는 이야기이니, 그저 입맛만 씁쓸할 따름입니다. 하기야 얼마 전 그 박물관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해 큰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그렇게라도 재원을 마련해 더 섬세한 관리에 임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곳 노동조합에서 인종차별, 국가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려 한다는 소식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니, 사람 마음이란 게 이리도 간사한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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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부터 ‘한국인은 1인당 5만5000원 씩 내’…루브르, 비유럽인 입장료 인상 / 문화일보(2026.01.14.)
https://www.munhwa.com/article/11560812
2. "루브르 절도범들, 왕관도 훔치려다 크게 파손해" / 연합뉴스(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