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 아래로…’

by 이경오

‘上善若水(상선약수)하니,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하며, 處衆人之所惡 (처중인지소악)이라. 故幾於道(고기어도)니라.’

- ‘최상의 선은 물과 같으니, 물은 만물에 이로움을 주나 다투지 않으며, 뭇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거처한다. 그리하여 도에 가깝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실린 글을 옮겨 보았습니다. 꽤 여러 차례 들어왔다 싶은데도 들을 때마다 또다시 귀를 기울이고, 고개 또한 저절로 끄덕여지니, 가히 우리네 삶이 지향해야 할 이치(理致)를 담은 경구(警句)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물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고 채근하며, 자기의 공로와 치적을 내세우려 목소리를 드높이는 순간, 그가 속한 세상은 그만 물속에 잠겨 모두가 숨이 막혀 답답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히려 늘 아래로 묵묵히 흐르면서 자신의 치적일랑 내려놓고, 다른 이들의 발목에서 찰랑거리며 위로하고 보듬어 안으려 든다면, 비로소 그이가 몸담은 공동체는 더더욱 조화롭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터이지요.


“관리자와 실무자는 처세가 달라야 한다.”


오래전 어느 날, 자기가 속한 조직의 수장(首長)이 되었다고 들떠 있는 지인(知人)에게 뜬금없이 던졌던 말입니다. 솔직히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이가 던진 말이니 자칫 질투에서 비롯된 빈정거림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습니다만, 참으로 그이가 존경받는 관리자가 되길 바라는 진심만큼은 담겨 있었지요. 그때 떠올렸던 말 역시 ‘상선약수(上善若水)’였으니, 공(功)이 있다면 실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양보하고, 오히려 책임질 일이 있다면 관리자인 자신이 발 벗고 나서서 떠안으려 한다면 조직의 화합은 물론이요, 존경의 마음도 자연스레 덤으로 따라올 것이라는 뭐 대충 그런 꼰대 같은 이야기였지요.


‘싱가포르가 세계 여권 순위 1위라고?…한국은 몇 등?’


매년 이맘때면 들려오던 소식이긴 합니다만, 한국의 세계 여권 지수에서 올해 역시도 전 세계 227개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입에 풀칠하고 살기도 어려웠을 만큼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었던 나라가 이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활발한 교류 속에서 탁월한 국력을 세계만방에 떨치고 있다니 이 어찌 경사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어떤 나라인데…’라며 눈을 치뜨고 어깨에 힘을 주어 추스르는 순간,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가르침에서 얻은 교훈은 여지없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말 터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주위의 후발 국가들을 둘러보고 따뜻하게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더더욱 가다듬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 쓸데없는 소리를 또 그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관련 기사 :

1. 싱가포르가 세계 여권 순위 1위라고?…한국은 몇등? / 매일경제(2026.01.15.)

https://www.mk.co.kr/news/world/11933699

2. 韓 여권 파워, 세계 2위…"188개국 무비자 방문 가능" / 한국경제(2026.01.14.)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11412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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