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

by 이경오

‘천붕지통(天崩之痛)…’


부모를 여읜 뒤에 찾아오는 슬픔의 수위가 얼마나 극심했으면, 그걸 굳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에까지 비유했을까 싶습니다. 사실 부모님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라나는 시절에야 그런 상황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지나온 시절을 뒤적이다 보니, 학창 시절 언제부터인가 이 사람에게도 그런 순간이 다가오면 어찌해야 하나 싶은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심지어 꿈속에서 그런 끔찍한 상황을 맞이하는 통에 소스라치게 놀랐던 일도 종종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기야 주위 친지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시는 모습을 대하다 보니, 우리 부모님 역시 그러하면 어쩌나 싶은 막연한 불안감이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들었을 터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攝理)인지라, 기어코 그러한 안타까운 이별의 순간은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다가들고 말았고, 어떻게라도 슬픔을 삭여볼 생각에 종종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 사람 역시 어느덧 천애(天涯) 고아가 되어버렸노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이별의 준비…’


갑작스러운 낙상(落傷)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신 부친께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시던 날, 담당 의사가 슬며시 서류 하나를 내밀며 던져놓은 질문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내용인즉슨, 혹시라도 모를 위급한 순간에 연명치료를 받으시겠느냐는 뜬금없는 질문이었으니, 부친은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한다며 직접 사인을 하셨고, 곁에 서 있던 아들은 채 한마디 거들 사이도 없이 상황은 종료되고 말았지요. 몇 해 전 막상 부친이 임종하시던 날, 고요하게 잠드신 모습에 그게 정말 당신을 위해 바람직한 선택이었던가 싶어 뒤늦게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만.


‘"연명의료 안 받겠다" 사전서약 작년말 320만명 넘어서’


지난 주말에 있었던 지인 자녀 혼사에 참가하느라 원거리 버스 여행을 다녀온 탓인지, 소파에 파묻혀 눅눅해진 몸을 추스르다 발견한 기사 하나에 그만 눈이 휘둥그레져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부친의 생전 단호하시던 그 모습까지 떠올려 마음을 아리게 하는 ‘연명의료’라는 구절을 담은 표제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따른 단어가 평생토록 갈무리해 왔던 생각의 끈을 묵직하게 잡아 이끄는 통에 자연의 섭리란 과연 어떠한 것이던가 싶어 다시 깊숙이 소파 속에 머리를 파묻고 말았습니다.


‘존엄한 마무리…’



관련 기사 : "연명의료 안 받겠다" 사전서약 작년말 320만명 넘어서 / 연합뉴스(2024.01.19.)

https://www.yna.co.kr/view/AKR20260118031300530?section=society/all&site=topnews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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