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

by 이경오

‘공자왈(孔子曰), 양약고어구 이이어병(良藥苦於口 而利於病)’


철없던 꼬맹이 시절 종종 부친에게 붙들려 앉기라도 할 참이면, 이내 당신께서 오래전 서당에서 익히셨던 한문 구절들을 펼쳐두시고는 따라 읽도록 채근하시곤 하셨습니다. 한글도 겨우 뗀 아이가 묘한 모양의 글자들 속에 담긴 심오한 의미를 어찌 헤아릴 수 있었겠습니까만, 부친의 엄한 눈빛에 지레 위축된 채 그저 참새처럼 짹짹거리며 따라 읽곤 했지요. 앞선 구절 역시 그러한 중에 읊조렸던 터입니다만,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는 이롭다는 공자님의 말씀에 그저 제아무리 쓴 약이라도 병을 고치려면 묵묵히 먹어야만 하는 걸로 생각하고, 그 삼킴의 고통을 참아내는 일에만 매달렸던 기억도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충언역어이 이이어행(忠言逆於耳 而利於行)’


물론 그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에 담긴 심오한 의미-‘충고하는 말은 귀에는 거슬리지만, 행실에 이롭다.’-까지 이해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 듯도 하고 말입니다.

언젠가 지인이 맛보라며 내민 다크 초콜릿의 뜬금없는 쓴맛에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린 적이 있었더니, 오늘 또 그 초콜릿과 연관된 건강 관련 기사를 찾아내고서는 애꿎은 공자님을 다시 소환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사랑의 묘약’이란 별명이 괜히 유래했을까 싶긴 합니다만, 그 달콤한 맛의 유혹에 그 시절 웬만한 아이들의 소풍 가방에는 초콜릿 한두 개쯤은 들어있었던 듯합니다. 학창 시절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에 무에 그리 그 비싼 초콜릿을 수시로 군것질할 수 있었겠습니까만, 그러한 사정에도 어른들은 단것 많이 먹으면 이(齒)가 상한다며 애써 말리셨던 것도 사실이고 말입니다.


‘씁쓸한 다크 초콜릿, “고혈압 위험 낮춘다”’


그런데 이제 씁쓸한 맛을 지닌 다크 초콜릿이 현대인들의 심혈관 질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눈앞에 두고 보니, 살아오며 세상사 온갖 달콤한 것들에 익숙해진 우리네 얄팍한 성정(性情)에 경종을 울리는 게 아닌가 싶어 헛웃음마저 터져 나옵니다. 사실 달콤한 게 어디 먹거리에 국한된 것이랍니까. 보기 좋은 모습, 듣기 좋은 말만 골라 음미하다 보니, 도무지 자신의 이목(耳目)에 거슬리는 것들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는 은근한 고집이 우리 내면에 똬리를 틀고 버티고 있지나 않은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할 일이니 말입니다.




관련 기사 : 씁쓸한 다크 초콜릿, “고혈압 위험 낮춘다” / 조선일보(2024.01.15.)

https://www.chosun.com/medical/2024/01/15/AEJZYSSFTBE25G7DF6WHO4EP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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