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구합니다

by 이경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오래전에 모셨던 교장 선생님 한 분이 종종 사석(私席)에서 입에 올리시곤 하던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란 시의 전문(全文)이랍니다. 아마도 그러한 기억이 남았던 탓인지 언제부턴가는 이 사람 역시 그 시를 읊조리곤 했으니, 미루어보면 아마도 그 안에 담긴 절절한 속내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게, 이어서 내놓은 <연탄 한 장>이란 또 다른 시에서 그 시인은 이렇듯 가슴 아린 속내를 슬그머니 펼쳐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이 되지 못하였네’

그러고 보니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바람이 꽤나 차가워졌습니다. 이젠 아이들 아침 마중을 나갈 때도 두툼한 외투에다 장갑까지 끼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니, 젊은 시절 홑껍데기 하나만 걸치고서도 도무지 추운 줄 모르고 돌아다니던 때가 과연 있기는 있었던가 싶어 켜켜이 쌓인 기억의 언저리를 들추어 보게도 됩니다.


유수(流水) 같은 세월의 무심함이야 두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만, 어느새 올해도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향해 급행열차처럼 치달아가는 시간에 온전히 몸을 내맡기고 있노라니, 한편으론 어지럼증마저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맞이하는 학교 안 특별실 곳곳에서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걸 느낄 수 있으니, 은은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는 풍경도 머지않았음을 예감(豫感)하며 흐뭇한 웃음도 흘리게 됩니다만.


‘산타 구인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듣곤 했던 말이긴 합니다만, 올해 역시 비켜 지나질 않는 모양이다 싶습니다. 하기야 언젠가 집식구의 부탁으로 산타 복장을 하고서 가가호호(家家戶戶) 어린이집 원아들을 찾아 선물을 건네던 일도 있었습니다만,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무서워 눈조차 마주치기 어려워하고, 심지어 울음보까지 터트리는 아이도 있어 난감해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아마도 그런 종류의 어려움 때문에 선뜻 ‘산타’ 역 맡기를 꺼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그 역시 얼어붙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뜨거운 연탄 한 장이 아니었던가 싶어 씁쓸한 입맛만 다시게 됩니다.



관련 기사 : 크리스마스 한 달 앞, 프랑스는 '산타 구인난' / 연합뉴스 (2024.11.28.) https://www.yna.co.kr/view/AKR20241128004000081?section=international/all&site=major_news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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