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순서… 가는 순서…’

by 이경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


오래전 선배님들이 술자리에만 앉으면 농담 삼아 함께 나누시던 말씀이 언뜻 떠오릅니다. 그러고서는 서로 자신이 먼저 떠날 것이니 형이 아니겠느냐며 옥신각신하시다가, 이야기 끄트머리에서는 누구든 먼저 떠나는 이 앞에 찾아가 술 한잔 따라주기로 약속까지 하시며 너털웃음을 흘리곤 하셨지요.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 세상과의 이별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옆자리 새내기에게는 그저 연세 드신 선배들의 짓궂은 농담으로만 들렸을 뿐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더니 그리 오래지 않아 그중 한 분이 갑자기 세상을 등지셨고, 그로부터 꽤 여러 해 동안 남으신 선배님을 모시고 먼저 떠나신 분의 묘소를 찾아 농담처럼 주고받던 그 약속대로 소주 한 잔 따라드리며, 그리운 마음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후 그 선배님 집안의 결정으로 파묘(破墓)와 화장(火葬)이 진행되었던 모양인지, 미처 그 사실을 모르고 다시 그 선배님의 묘소를 찾아간 일행은 그저 망연자실(茫然自失)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도 흐릿하게 떠오릅니다.


선친(先親)께서는 아들이 철들 무렵부터 행여나 당신이 세상을 떠나게 되거든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달라는 황망한 당부를 거듭하곤 하셨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징용(徵用)되어 일본으로 떠나셨던 조부님 슬하에서 태어나신 통에 그곳 열도(列島)의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라셨다니,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뛰어들어 자맥질하던 바다의 품이 그리울 법도 하셨을 것입니다. 그것 역시 남은 이들의 욕심 때문이라는 지적을 듣곤 합니다만, 그래도 아들의 처지에서야 그리 훌쩍 부모님의 흔적을 지워 버리는 게 가당하기나 한 일이겠습니까. 다행히 6.25 참전 국가유공자로 지정받으신 덕분에 호국원에 모실 수 있었고, 뒤이어 떠나신 모친 역시 나란히 옆에 안치(安置)해 드린 덕분에 종종 마음이 허할 때면 불쑥 찾아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응석을 부리곤 한답니다.


‘화장장 못 구해 4일장 치른다?…'화장 대란' 가능성 있나’


인간이 살아가면서 거치게 되는 네 가지 큰 예식(禮式)이라며, 관례(冠禮), 혼례(婚禮), 상례(喪禮), 제례(祭禮) 즉,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합니다. 개중에서도 상례(喪禮)나 제례(祭禮)와 같이 사후(死後)와 관련한 예식이 특히나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 보면 대대로 죽음의 의미를 얼마나 깊이 있게 다루었던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오늘은 화장장의 부족을 지적하는 기사를 대하며, 생(生)과 사(死)의 간극을 지그시 되새김질해 봅니다.




관련 기사 : 화장장 못 구해 4일장 치른다?…'화장 대란' 가능성 있나 / 연합뉴스(2026.01.26.)

https://www.yna.co.kr/view/AKR20260123098800518?section=society/all&site=hot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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