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후략)’
그 시절에는 ‘국민학교’라고 부르는 곳이었습니다만, 학교 문턱을 넘어 교실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아이의 눈에 들어온 건 칠판 옆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던 국민교육헌장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빽빽하게 글자들이 들어찬 게시판은 나지막한 아이의 시선(視線)에 더더욱 거대하게 다가왔을 터이고, 위압감마저 느끼게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의 그러한 불안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으니, 그 긴 문장들을 머릿속에 담아 아침저녁으로 달달 외워야만 했지요. 제대로 외워 발표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엄한 눈빛까지 살려가며 나머지 공부를 통해서라도 머릿속에 담으려고 애를 써야만 했고 말입니다.
물론 그 내용 속에 흐르는 전체주의적(全體主義的) 성향을 꾸준히 지적받은 끝에 지금은 교육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긴 했습니다만, 과도기(過渡期)를 지나온 사람으로서 종종 몇몇 구절은 다시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되새김질하곤 합니다. 특히나 언젠가부터 더 눈여겨보게 된 게 바로 ‘인류 공영’이란 문구이니, 아마도 ‘지구촌’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 때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연한 개인주의적 경향을 넘어서 인류의 번영까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인류애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구촌은 온전한 모습의 세상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어서인 모양입니다만.
‘“인류애 실종, 최악” 할리우드도 규탄…트럼프, 이민단속 한발 물러 수습’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하게 잇속을 채우려는 이들의 무모한 도발로 곳곳에서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있던 터에, 민주주의 종주국이라 믿었던 곳에서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니 그저 황망할 따름입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그저 뒷짐만 지고 듣기에는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오늘은 그곳 소식에 눈길이 닿고 말았습니다.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할 참이면 우리는 단군의 자손, 단일민족이라며 자긍심을 심어주곤 했습니다만, 사실 우린 지구촌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같은 인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득 성인(聖人) 간디가 남긴 말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질 따름입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인류애를 잃지 마세요.”
관련 기사 : “인류애 실종, 최악” 할리우드도 규탄…트럼프, 이민단속 한발 물러 수습 / 성루신문(2026.01.27.)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2026/01/27/2026012750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