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야 간다…’

<주말 추억 글 마당 - 2021. 03. 25.(목)에 쓴 글입니다.>

by 이경오

오래도록 모셔 왔던 인생 선배님들을 모시고 종종 함께 자리라도 할 참이면, 딱히 겉으로 드러내시지는 않아도 평소 얼마나 사람이 그리우셨으면 저런 모습을 보이실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느껴지는 그 결이 분명 요즘 젊은이들의 수다스러움과는 사뭇 다르긴 하지만, 희미한 웃음 너머 기억 저편의 오래된 추억까지 열어젖혀 가며 여태껏 지내오신 인생사를 저리도 세세히 늘어놓으실까 싶으니 말입니다. 사실 그럴 때면 후배로서 해드릴 수 있는 게 겨우 소주 한 잔 따라 드리고, 그저 귀 기울여 드릴 수밖에 없을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하기야 이렇게 말하는 이도 머지않아 그 선배님들의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에 묻혀가며, 한 걸음 한 걸음 그 길을 따라갈 게 분명해 보입니다만.


되돌아보면 사회 초년병으로 그 어둔한 첫걸음을 내디딜 무렵, 거대한 고목같이 느껴지던 선배님들의 모습을 곁눈질해 가며 세상살이의 참모습을 배우곤 했습니다. 비록 가지고 있는 소양(素養)의 그릇이 너무도 작고 모난 탓에 배우는 데 서툴기 그지없는 후배였던 게 분명합니다만, 그래도 우리네 삶에서 참으로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따라 그려가며 나름대로 인생철학을 열심히 만들어 왔다고 자부하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도 여전히 연락하며 모시는 선배님들에게서 일관되게 느끼고 배우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아마도 ‘진실함’이 으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태껏 무수히 그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중에도 늘 내밀(內密)한 속내까지 열어젖히시고, 세상사를 그렇듯 진솔하게 토로하시곤 하니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노인’이 아니다”…베이비붐 세대에서 읽는 희망‘


비록 소위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에 매달린 채 세상 빛을 구경하긴 했습니다만, 최근 시작된 그 세대의 은퇴 관련 동정(動靜)은 같은 시대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마저 일깨우곤 합니다. 아마도 이젠 우리 사회의 새로운 주축이 된 후배 세대에게 이 앞사람들 역시 그런대로 괜찮은 모습의 선배로 기억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조바심 때문일 터입니다. 물론 그런 모습으로 기억되자면, 그동안 선배들로부터 배워왔던 그 ‘진실함’을 더 잘 가꾸어 후배들의 기억 속에 전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자신의 것에 연연하지 않고, 후배들의 행복한 삶을 온 마음으로 기원하고 지지하려는 진실한 마음을 가졌던 이들로 기억될 수만 있다면, 먼 훗날 그것만으로도 꽤 멋있는 삶을 산 선배들이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련 기사 : “우리가 아는 ‘노인’이 아니다”…베이비붐 세대에서 읽는 희망 / 동아일보(2021.03.25.)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0124/105080577/1?ref=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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