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雪原)! 독서로 날다…’

by 이경오

자식들을 모두 영재(英才)로 키웠다는 어느 아버지의 강연을 들었던 오래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나도 아니고 자식 모두를 그렇게 훌륭하게 키워냈다니, 도대체 어떤 대단한 묘책(妙策)이라도 있을까 싶어 솔깃한 마음에 쫓아갔던 자리였지요. 그런데 그분이 내어놓은 방법은 어처구니없게도 아이와 함께하는 거실에다 아무렇게나 책이 뒹굴어 다니게 내버려두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그곳을 지나다닐 때, 엄마 아빠는 좋든 싫든 제각기 책을 붙들고 그 책 속에 빠져들어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아이가 발길에 차이는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노라면 도대체 우리 엄마 아빠는 저게 뭐 그리 재미있을까 싶어 쭈뼛쭈뼛하는 중에도 조금씩 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였지요. 그 경지까지에만 이르면 그다음에는 아이들에게 그냥 맡겨 두어도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며 성장해 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덧붙여 가면서 말입니다.


국어를 전공한 학부 시절 이력 때문이겠지만, 교단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 독서 관련 모임에 수시로 불려 다니곤 했습니다. 공만 던져 주면, 종일이라도 운동장을 쫓아다닐 수 있는 남학생들로만 이루어진 학교에 근무하노라니, 여학교의 독서 담당 선생님들과는 달리 학교 독서 분위기를 드높여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전파상을 운영하는 학부모 한 분에게 부탁해 TV 퀴즈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벨까지 만들어, 독서 퀴즈를 통한 남자아이들의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시도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젠 후배 선생님들이 그 힘든 일을 맡아 아이들과 더불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 가고 있을 터이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는 독서에 대한 저조한 관심이 늘 화두가 되는 모양입니다.


‘독서로 무장한 최민정…비행기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어느덧 밀라노 동계 올림픽이 우리 눈앞에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그 차가운 설원(雪原)을 가르며 우리네 가슴에 또 어떤 가슴 저린 소식을 전해줄까 기대하던 참에, 마침 독서 이야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언젠가 학교 운동부 아이들에게 먼 훗날 국제무대에 서서 지구촌 친구들을 만날 날을 그리며 지력(智力)을 키우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말라는 이야길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만, 올림픽에 나서는 우리네 전사(戰士)들이 지친 국민의 가슴속에 독서로 얻는 흥미로움 못지않은 멋진 추억을 다시 한번 안겨주길 기대해 봅니다.




관련 기사 : 독서로 무장한 최민정…비행기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 연합뉴스(2026.02.02.)

https://www.yna.co.kr/view/AKR202602021707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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