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茶香)…’

<주말 추억 글 마당 - 2023. 08. 25.(금)에 쓴 글입니다.>

by 이경오

날마다 우린 새로운 추억을 쌓으며 살아가는 게 아니겠느냐고 늘 되뇌곤 합니다만, 나이 들어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은 각성(覺醒)을 또 하나 추억의 광주리에 담는 일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모인 친구 대여섯이 기분 좋게 막걸리를 한잔 걸치고 난 뒤 2차로 향한 곳은 찻집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술 문화는 커피를 마시는 게 2차라는 이야기야 여러 번 들어왔던 터라, 어느새 우리 친구들도 그런 문화를 따라 하게 되었나 싶었더니 웬걸 보이차를 내려주는 전통찻집이랍니다. 함께한 중국 여행에서 좀 더 싸게 보이차를 구입하려고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던 선배 선생님을 통해 그 차의 효능에 대해서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만, 만만치 않은 가격에 선뜻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니 안 그래도 호기심 많은 이의 기대감은 슬며시 고개를 치켜듭니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떠올리게 하는 주인의 다소곳한 손길을 따라 차가 우러나고, 이내 은근한 차향(茶香)이 일행의 주위를 휘돌아 흐르는 중에 생차니 숙차니 하는 차 상식까지 펼쳐지고 보니, 도심 속 무릉도원을 무에 다른 곳에서 찾을 것인가 싶은 착각마저 듭니다. 카페인 성분이 들어있어 과용하면 자칫 불면 증상이 생길지 모른다는 경고는 그저 한낱 기우로만 여겨질 뿐이고, 국어 선생답게 시 한 편 낭송해보라는 일동의 짓궂은 채근에 평소 건배사로 종종 꺼내 들던 짤막한 시 구절까지 읊조리고 보니, 둘러앉은 친구들의 얼굴이 다시금 소중하고 소중해 보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복식 호흡이 몸에 좋다는데, 이유는?’


주말을 앞두고 건강 관련 기사 하나가 아직도 은은한 차향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 한 이의 어눌한 시선을 잡아끕니다. 복식 호흡이 좋은 이유가 몸속에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러 의식을 하려는 사이에 우리의 대뇌가 몸에 명령을 내리기 위해 부지런히 활동하기 때문이랍니다. 나이 들어 무서운 질병 중의 하나가 치매라고들 합니다만, 부디 생각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부지런히 갈고 닦아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것도 행복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 기사 : 복식 호흡이 몸에 좋다는데, 이유는? / 조선일보(2023.08.23.)

https://www.chosun.com/culture-life/health/2023/02/01/PCBNVBE7AZCS7NUXVEWVCGRH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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