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추억 글 마당 - 2022. 01. 27.(목)에 쓴 글입니다.>
살아가며 안팎으로 양가감정(兩價感情)이 대립하는 상황이야 어디 한두 번이었겠습니까만, 민족의 큰 명절이라는 설을 대하는 마음조차도 별반 다르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다가오는 설이 두려운 이들이 있는가 하면 눈빛을 반짝이며 설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도 있게 마련이니 말입니다. 이것저것 설음식을 장만하느라 곧 허리가 휘어질 생각에 수심 가득한 주부의 어두운 얼굴빛과는 아랑곳없이, 주머니 두둑하게 세뱃돈 챙길 생각에 신이 난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설은 매력적인 명절임이 분명하지요. 오래전 철부지 시절의 꼬마 역시 그러한 마음이었던 게 분명합니다. 그날만 되면 시골 친척분들은 왜 그리 또 기다려지던지 연신 의례적으로 새해 인사를 올리고 나면 이내 슬그머니 어른들의 동태를 살피며 마음속으로는 횡재가 쏟아지길 간절히 바라곤 했지요. 평소에는 도무지 구경하기 힘들었던 시퍼런 배춧잎 색깔의 지폐라도 손에 쥐는 운 좋은 날이면 사실 세상 그 어느 나라의 왕후장상(王侯將相)도 부럽지 않을 만큼 가슴은 곧장 부풀어 올라 행복감으로 미어질 듯했습니다.
하기야 설을 두려워하는 이가 어디 주부들뿐이겠습니까. 한 해 두 해 나이를 더하며 머리가 굵어져 갈 무렵부터는 양쪽 주머니 두둑하게 채우던 세뱃돈 대신 어른들의 덕담 아닌 덕담으로 머릿속이 묵직하게 채워지곤 했습니다. ‘그래, 올해는 어디 좋은 직장이라도 얻을 꿈이라도 꾸었느냐.’, ‘참한 색시 얻어 올해는 얼른 장가 들어야지.’, ‘올해는 부모님께 손주 안겨 드릴 좋은 소식이라도 있느냐.’ 물론 어른이 되어가며 감당해야 할 몫을 무난히 수행하길 바라는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담긴 충고 말씀이었을 터입니다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일상을 불안한 눈빛으로 살아가는 사회 초년병에게는 괜히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무리한 요구로만 들렸으니, 친척 어른들을 대하는 설 명절이 그리 반가울 리 없었지요.
‘"결혼은 언제하니?" 제쳤다…이번 설 명절, 듣기 싫은 잔소리 1위는’
설날이 목전에 다가왔다 싶었더니 어김없이 올해도 설 명절에 청년들이 듣기 싫은 잔소리의 순위를 따지는 기사가 눈길을 잡아끕니다. 특히나 올해 두드러진 현상은 결혼과 관련한 잔소리보다는 연봉이나 직장 관련 질문이 첫 순위에 오른 점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결혼이 늦어지는 사회 현상을 헤아린 부모·친지들의 배려가 담긴 덕분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는 모양입니다만, 어디 우리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사회 현상이 결혼뿐이겠습니까. 그들 역시도 언젠가는 다음 세대의 고충을 헤아리는 자리에 서게 될 터입니다만, 지금의 위치에서 그들이 부딪히는 갈등을 헤아리고 보듬는 건 우리 기성세대의 몫임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관련 기사 : "결혼은 언제하니?" 제쳤다…이번 설 명절, 듣기 싫은 잔소리 1위는 / 매일경제(202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