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처족…’
사회 초년병으로 어설픈 걸음을 떼어 놓던 시절, 어느 신문의 지면(紙面)에서 발견한 뜬금없는 표제(標題)였습니다. 이건 도대체 지구상의 어떤 무리를 가리키는 말인가 싶어 잔뜩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았더니, ‘마’-마지막으로 부모 세대를 섬기고, ‘처’-처음으로 자식 세대에게서 홀대를 당하는 ‘족’-족속, 그래서 그 첫 글자들을 모아서 만든 조어(造語)라는 것이었지요. 결국은 부모를 섬기고 공경하는 ‘효(孝)’ 사상을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우리네 전통문화가 앞으로 맞이하게 될 과도기, 격랑(激浪)의 서늘한 바람이 휘몰아치는 들판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세대를 가리키고자 만든 모양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말이 전하는 여운(餘韻)이 꽤나 진득하게 머릿속에 엉겨 붙었던 탓인지, 이후에도 종종 술자리에서 허탈한 마음을 잔뜩 묻혀서 입에 올리곤 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역사의 수레바퀴…’
쉼 없이 나아가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그 도도한 궤적에 운명을 내맡긴 인류의 문화 역시 함께 변해가는 일이야 너무도 당연한 현상일 터입니다. 따라서 왜 그러하냐고 투덜거리고 푸념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방향성을 살펴 가며 앞서서 처신에 온 힘을 다할 때, 삶은 더더욱 활기가 차오르고 윤택해질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터이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앞서 그 ‘마처족’이란 엉뚱한 말로 세간의 이목을 끌던 그이는 참으로 지혜로운 안목을 가졌던 게 분명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각자 명절’ 보내는 요즘 부부들…“집안일-스트레스서 해방”‘
무슨 이야길 하려고 이리도 사설(私說)이 긴가 의아해하실 법도 합니다만, 한 분 두 분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하나둘 자식들을 출가시키는 세대 속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언젠가부터 명절이면 눈에 띄게 달라지는 풍속(風俗)의 변화에 눈길이 끌려 오늘 같은 이야길 끄집어내곤 합니다. 명절 차례의 간소화는 물론이요, 아예 차례를 생략하는 집안도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야 수시로 귀동냥하고 있습니다만, 설 연휴 끄트머리에 전해 듣는 소식에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하고 맙니다. ‘각자 명절’이라는 생뚱맞은 말처럼 부부가 각자의 집을 찾아 명절을 보내는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니 말입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집안일의 노동에서 해방되어 좋고, 남편은 또 남편대로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좋으니, 소위 ‘윈윈(Win win)’의 멋진 전략이라는 것이지요.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 서로 얼굴 마주하며 따뜻한 덕담(德談)이라도 주고받는 게 그리 힘든 일만은 아니지 않은가 하며, 슬그머니 꼰대 근성이 고개를 치켜드는 건 또 어인 일인가 싶어 고개만 주억거릴 따름입니다.
관련 기사 : ‘각자 명절’ 보내는 요즘 부부들…“집안일-스트레스서 해방” / 동아일보(202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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