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수험생의 고뇌를 늘어놓던 아들놈이 당시 일선 교육에 몸담고 있던 제 아비의 마음을 움찔하게 만든 푸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야기인즉슨, 십수 년간 공부에만 매달려 온 아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국가가 단 한 차례의 줄 세우기 시험 성적만으로 매몰차게 결정지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지요. 우리네 대입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여러 차례 되뇌어 지적해 왔던 터였습니다만, 자식놈의 볼멘소리 앞에서는 오히려 모든 책임을 짊어진 듯한 안타까운 마음에 하릴없이 고개만 주억거릴 따름이었지요. 하기야 이렇게 말하는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대입 준비생은 눈에 쌍심지를 밝혀 들고 수험 서적과 지루한 씨름에 몰입해 있을 게 분명합니다만.
그러고 보니 언젠가 지역 한 고등학교의 관리자로 있던 지인과 함께한 자리에서 목을 길게 늘여가며 질문을 던졌던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전국적으로도 한두 명 나오기 힘들다는 만점자를 그 학교에서는 그해 수능시험에서 서너 명 배출해 냈으니, 그 비결이 여간 궁금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이의 대답을 함께 들은 좌중(座中)은 맥없이 한숨만 내쉬었을 따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아이들은 금요일 학교 수업만 끝나면 바로 부모들의 손에 이끌려 쏜살같이 수도권 학원에 포진한 족집게 강사들에게 달려가 주말을 온전히 그들의 수업을 듣느라 반납하곤 했던 터였다니 말입니다. 한동안 그 자리에는 모두가 흘려놓은 헛웃음 소리만 꿈틀거리며 기어다녔던 듯합니다.
그 모든 게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이야 어찌 부정할 수 있겠습니까만, 하나라도 더 자식 머릿속에 담아두려는 부모님들의 지극정성은 학교 현장에 선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겪어 보았을 듯합니다. 언젠가 ‘헬리콥터맘’이란 신조어에 실소(失笑)를 터뜨린 일도 있었습니다만, 부모님의 정성이 얼마나 지극하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헬리콥터처럼 나타나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길 정도일까 싶습니다. 하기야 도무지 민간인의 입김이 새어들 수 없는 군부대에까지 나타나 아들놈의 안위를 챙기는 부모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만.
‘"부모가 성적 항의 땐 F" 헬리콥터맘 퇴치 나선 대학들’
어느 교수님인지 단단히 뿔이 났던 모양입니다. 수도권 모 대학에서 앞선 기사 표제를 수강 신청 사이트에 당당히 안내한 이가 있었다니 말입니다. 누누이 강조했듯이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이야 얼마든지 헤아릴 수 있습니다만, 자칫 그 자식이 온실 속 화초처럼 앞으로 닥쳐올 호된 시련에 허물어지는 불상사가 없도록 자신만의 힘으로 혼자서 꿋꿋이 나아갈 수 있는 응원의 힘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뜬금없이 떠오른 탈무드의 격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살 수 있다.’
관련 기사 : "부모가 성적 항의 땐 F" 헬리콥터맘 퇴치 나선 대학들 / 조선일보(2026.02.19.)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6/02/19/RMDT4N362FF5PDDW73V645UO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