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벌 날갯짓…’

by 이경오

주당(酒黨)의 구차한 변명이긴 합니다만, 한때 다른 나라의 맥주 맛이 왜 그리도 궁금했던지 지인들과 어울려 세계 맥주 판매장에 종종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부드러운 거품에서 느껴지는 그 맛도 맛이려니와 무척이나 낯익은 이름으로 눈길을 잡아끄는 맥주가 하나 있었으니, 세계적으로 진기한 이색 기록만 모아 발간한다는 기네스북과 같은 이름의 ‘기네스(Guinness)’라는 맥주가 바로 그것이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기네스사’를 설립한 아서 기네스 백작의 4대손이자 기네스 양조회사의 사장이었던 휴 비버 경이란 이가 사냥을 나갔다가 우연히 떠오른 궁금증에서 비롯된 게 <더 기네스북 오브 월드 레코즈(The 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라고 하니, 그렇듯 서로 관련이 있었음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지요.


종종 TV를 통해서도 기네스북 기록에 도전하는 이들의 참으로 열정적인 모습을 지켜보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도 그런 기록을 가진 이가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벌 수염 달기로 기네스북 기록에 오른 뒤 그 모습을 트레이드마크(trademark)로 삼아 이젠 자신의 이름을 내건 국내 굴지의 벌꿀 회사 CEO가 된 이 역시 그러한 경우라고 하지요. 사실 그이가 이 사람과 같은 중학교에 다녔던 동기요, 뜻한 바가 있어서 농업학교에 진학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정을 아는 친구들로부터 이야길 전해 들으며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런 도전이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언젠가 은사님을 모신 자리에서 그 친구와 조우(遭遇)하며 가슴 언저리가 뜨끈해짐을 느끼기도 했었지요.


뜬금없이 무생물과 생물 즉, 생명체가 가진 차이점은 무엇일까 싶습니다. 얕은 소견으로 내린 결론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수동적으로 그 모습이 변해가는 무생물과는 달리, 생명체는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지혜를 쌓아 주도적으로 변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화(進化)’라는 용어도 그런 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일 터입니다만,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온갖 생활 지혜들도 그러한 진화의 과정에서 물론 중요한 기제(機制)로 작용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호박벌 날갯짓, 체온 유지 위한 ‘자체 에어컨’’


오늘은 호박벌의 날갯짓이 일으키는 바람이 자신의 몸을 식히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바다 건너 어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눈길이 닿았습니다. 호박벌은 뚱뚱한 몸통에 비해 작고 가벼운 날개를 가진 탓에 날기 힘든 신체 구조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오로지 꿀을 모으겠다는 일념 아래 쉼 없는 날갯짓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니, 이 얼마나 귀감(龜鑑)이 되는 생명체인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그 날갯짓이 과부하로 몸에 생긴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니, 가히 사람으로 치자면 기네스북에 올라야 마땅할 터입니다.




관련 기사 : 호박벌 날갯짓, 체온 유지 위한 ‘자체 에어컨’ / 동아일보(2026.02.23.)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60222/1333962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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