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hasslers)…’

by 이경오

태어난 해가 같은 종형(從兄)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어릴 적 기억 하나가 뜬금없이 떠오르는 통에 혼자서 실없는 웃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비록 같은 해에 태어나긴 했어도 네가 생일이 몇 달 늦으니, 형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부친의 말씀에 장손(長孫)인 내가 형이지 왜 작은아버지의 아들이 형이냐며 철딱서니 없는 대답을 내어놓았던 것이지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꼬맹이의 불퉁한 반응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어른들은 한동안 박장대소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못된 아이의 불만은 꽤 오랫동안 가슴속에 담겨 있었던 모양인지, 종종 기제(忌祭)와 같은 행사로 집안 모임이라도 열릴 참이면 오히려 그 애꿎은 사촌 형만 되바라진 사촌 동생의 날 선 반응에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곤 했던 듯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 가정을 이루고 난 뒤에도 부모님은 꼭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평생토록 집식구를 시집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으니, 그것 역시 스스로 집안의 장손(長孫)이라며 자신의 운명을 옭아매었던 탓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지금도 조부모님의 기제를 모시고, 집안 대소사가 있을 참이면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지곤 하니, 아마도 눈을 감는 그 날까지도 생각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만.


‘시어른 세 분…’


얼마 전부터 집식구 입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말이랍니다. 남편과 자식을 일찍이 잃고 독거노인으로 지내시는 막내 숙모님이 최근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병원 수발드는 일이 잦아진 탓에 평생 시부모님 두 분을 모시다 이제 떠나보내고 나서도 장손의 집식구라는 책임감으로 또 한 분의 시어른을 모시게 되었다는 집식구의 웃지 못할 푸념이지요. 그나마 이젠 요양병원으로 모셔서 다소 일이 줄어들긴 했지만, 도의적(道義的) 책임을 팽개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종종 병원을 찾곤 하니 그 역시 앞서 털어놓은 성향(性向)과 무관하질 않은 듯합니다.

‘주변 ‘이런 사람’ 있으면 빨리 늙는다…부모·자식이 골칫거리?’


주위 가족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골칫거리(hasslers)’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힌 외국 연구팀의 분석 기사에 눈길이 닿았습니다. 그 이유가 삶 속에 깊이 얽힌 가족 관계를 끊거나 다시 조정하기 어려운 특징 때문일 수 있다니,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게도 됩니다.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고 하신 공자님의 말씀이라고 하지요. 혹시나 나를 둘러싼 가족과의 관계에서 그 가르침에 어긋나는 몽니를 부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윽한 마음으로 살펴볼 일입니다.




관련 기사 : 주변 ‘이런 사람’ 있으면 빨리 늙는다…부모·자식이 골칫거리? / 동아일보(2026.03.09.)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60309/133492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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