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칼보다 강하다…’

by 이경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저마다 연필 한 자루씩 움켜쥔 아이들의 신명 나는 칼싸움(?)이 한바탕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듣고서 수업 시간 내내 고개만 갸웃거리던 철부지들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그 짧은 펜-연필- 자루가 길고도 날카로운 장검(長劍)을 당해낼 수 있겠느냐는 짓궂은 호기심이 마구 요동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나마 눈치 빠른 녀석들은 종례하러 들어오시는 선생님의 인기척을 재빨리 알아차리고서 핫바지 방귀 새듯 종적도 없이 슬그머니 자기 자리로 되돌아갔지만, 어디 모든 아이가 다 그리 영민했답니까. 뒤차를 탄 줄도 모른 채 뒤늦게 신이 올라 설치던 어리숙한 녀석들은 곧장 이마에 굵직한 혹을 하나씩 매달아야 했으니 말이지요. 그러고서는 찔끔찔끔 배어나는 눈물을 훔치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에도 금세라도 터질 듯한 웃음보를 간신히 참아내고 있는 친구들을 억울한 듯 흘기곤 했습니다. 역시 짧은 펜으로는 긴 칼을 이겨낼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뼈저리게 몸으로 느끼면서 말이지요.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하지만, 철부지들의 허튼 생각이 제대로 된 모양으로 여물어가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인간의 본질이 지성(知性)이나 이성(理性)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의 인간관(人間觀)을 들었고, 강동 6주와 관련한 서희의 통쾌한 담판 일화를 들으며 무력(武力)을 능히 제압할 수 있는 위대한 문력(文力)의 힘을 머릿속에 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상상으로만 그리던 21세기 문명의 문턱을 넘어서며 ‘펜’이라 불리던 그 인간의 이성이 정보화라는 거대한 날개를 달고서 더더욱 강력한 힘을 펼쳐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게도 되었지요.


‘아이언맨·수퍼맨이 왜 나와?... 비판받는 백악관 '전쟁 홍보'’


오랜만에 친구들과 바다 밖 여행길에 오르고 보니, 난데없이 지구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전쟁의 굉음(轟音)이 마냥 심란하게만 합니다. 상황이 그러하니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항주(杭州) 서호(西湖)의 비단 같은 물결과, 동‧서양 문명이 어우러진 상해 외탄의 신비로운 야경 앞에서도 괜스레 호사를 누리려 집을 떠나왔던 건 아닌가 싶어 좌불안석(坐不安席)에 빠져들고 맙니다. 설상가상 영화 속 인물들까지 등장시키며 전쟁을 자랑하는 듯한 홍보 영상을 올린 이들도 있다는 소식까지 듣고 보니, 어릴 적 철없던 악동(惡童)들의 기억까지 떠올리게 된 모양입니다.




관련 기사 : 아이언맨·수퍼맨이 왜 나와?... 비판받는 백악관 '전쟁 홍보' / 조선일보(2026.03.07.)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6/03/07/J3RFAODG4VEVTJKG7KZRRQV7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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