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여성 여러분!!!’

by 이경오

그 시절 시골 꼬맹이들에겐 요즘 세상과 같은 컴퓨터니, 스마트폰이니 하는 오락 도구가 딱히 필요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같이 눈만 뜨면 마주하는 모든 세상이 바로 신나는 놀이터요 장난감이었으니 말입니다. 할머니의 성화에 빨랫감 잔뜩 담은 광주리를 이고서 툴툴거리며 집을 나서는 고모의 옷자락이라도 붙들 참이면 족히 그날 반나절은 동네 인근 개울에서 신나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고, 설설 끓어오르는 가마솥 아래 장작불을 지피느라 비지땀을 흘리시는 할머니 옆에 바싹 붙어 앉을 참이면 건너편 쌓아둔 나무꼬챙이들이 벌건 밑불을 살살 간지럽히는 멋진 장난감으로 바뀌곤 했습니다. 하기야 그럴 때면 온종일 귀찮게 따라다니기만 하던 철없는 조카가 얄미웠던지 그리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는 고모의 날 선 눈빛이 아궁이 불꽃을 따라 숨 막히게 흐르기도 했지만, 그런 잔소리 따위는 이미 아이의 귀엔 그저 나른한 자장가로만 들리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겨울밤 문간방 희미한 호롱불 아래 둘러앉은 할머니들 틈에 끼어 누워 두런두런 오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사실 그분들의 그 이야기란 게 종종 입담 좋은 할머니가 펼쳐놓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런저런 한숨 섞인 푸념들이었던 듯하니, 아이가 기꺼워한 건 그저 그 흐릿하고도 아련한 분위기가 아니었던가 싶기도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이 어린 고모가 왜 그토록 눈을 흘겼던지, 동네 할머니들이 흐린 불빛 아래 모여 앉아 왜 그리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던지 아이로서는 사실 알 길이 없었습니다만.


‘트립닷컴 "여성 해외여행객 중 한국인 여행횟수 1위"’


‘딸바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습니다만, 뜬금없이 반가운 소식 하나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모(某) 온라인 업체에서 우리네 지구촌 여행객 현황을 조사한 모양입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여성들이 그 조사에서 여성 해외여행객 중 여행 횟수 1위의 결과를 보였다니, 이미 지구촌 한 동네가 되었다는 우리네 세상에서 너무도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전하는 바다 건너 안타까운 전쟁 상황을 건너 들으면서도, 혹시나 종교적인 이유로 억눌려 왔던 여성들이 있었다면 자유롭게 지금부터라도 자기 뜻을 마음껏 펼쳐가는 세상을 맞이하면 얼마나 좋겠냐는 섣부른 생각도 하게 됩니다만.




관련 기사 : 트립닷컴 "여성 해외여행객 중 한국인 여행횟수 1위" / 연합뉴스(2026.03.11.)

https://www.yna.co.kr/view/AKR20260311079500030?section=economy/all&site=major_new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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