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와 나이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싶으면 모두들 제각기 자기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 몰입해 있는 광경은 이젠 전혀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가히 스마트폰 공화국이라 일컬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 보면 전화를 걸어 수다 삼매경에 빠져든 이들이나 사진 촬영에 여념 없는 이들은 그야말로 고전적인 기기 사용자들이요, 각종 앱(application)이 등장한 이후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나날이 변해가고 있지요. 하기야 만능 기기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이렇듯 온갖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문명의 이기(利器)이니,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그리도 열렬한 관심을 쏟아붓는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가끔은 보는 이가 오히려 깜짝 놀라 호되게 주의를 주어야 할 만큼 스마트폰에 온 정신을 빼앗긴 이들도 수두룩하지요. 교통신호가 바뀌어 자칫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온 정신을 스마트폰에 쏟아부은 채 건널목을 건너는 이도 부지기수이니 말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예전에 몸담았던 학교에서 학생 스스로 반납해 보관해 두었다가 하교할 때 가지고 가면 어떻겠냐고 간곡히 설득한 끝에 사제(師弟)간 합의와 학부모 동의를 끌어낸 일도 있었습니다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 역시 고심 끝에 내린 궁여지책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종종 수업 시간에 보조자료로 사용하느라 교무실에 와서 제 반 아이들의 스마트폰이 담긴 가방을 찾아갈 참이면 아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기도 했으니, 참으로 세상이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싶어 몰래 헛웃음을 삼킨 적도 많았지요.
하기야 그러한 고민이 비단 우리만의 고민거리일 리는 없을 터입니다. 바다 건너 여러 나라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해 수업이나 비상 상황 등과 같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교실에서 아이들이 각종 모바일 기기 사용을 못 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사실 그 같은 소식을 들으며 그곳에서는 학생 인권을 부르짖으며 목청을 돋우는 이는 없었던 모양이다 싶어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적도 있었던 듯합니다만.
‘청소년 43% '스마트폰 과의존'…숏폼이 바꿨다’
다행이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 덕분인지 최근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위험군 비율이 5년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는 반가운 기사가 눈에 띕니다. 하지만 청소년이나 유아동의 과의존은 오히려 늘어났다니, 이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요악(必要惡)'이라는 모순된 의미의 말도 있긴 합니다만, 결국은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춘 물건이라 하더라도 어떤 곳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오히려 치명적인 해악을 끼칠 수도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인데 말입니다.
관련 기사 : 청소년 43% '스마트폰 과의존'…숏폼이 바꿨다 / 연합뉴스(2026.03.26.)
https://www.yna.co.kr/view/AKR20260326056300017?section=industry/all&site=major_news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