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clown)야! 왕관(crown)을 내려놓아라…

by 이경오

‘세뇌(洗腦)!’


손이나 얼굴을 깨끗이 씻는다는 뜻의 ‘세수(洗手)’라는 단어와의 관련성을 따져볼 법도 한 말입니다. 하지만, 특정한 사상이나 주의(主義)를 따르도록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 뇌리에 주입한다는 다소 섬뜩한 사전적 의미를 담은 말이라고 하니, 괜한 호기심을 부렸던 모양이다 싶습니다. 더구나 살아가면서 마련한 자신만의 관점과 주도적인 사고(思考) 체계를 잃어버리고, 결국은 외부에서 의도적으로 주입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가리키는 셈이니, 어찌 보면 ‘사고의 노예화’가 이루어진다고 보아도 그리 그릇된 설명은 아닐 듯하니 말입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만, 한때 ‘대통령’이란 사람을 하늘이 내려준 대체 불가한 인물로 생각하던 시절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기간 중 이루어 놓은 공과(功過)야 당연히 잘 가려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비판할 건 비판도 해야 할 일일 터입니다만, 독재 의욕으로 가득한 이들이 활개를 치던 오래전 그 시절에야 사정이 어디 그러했겠습니까. 최고 권력자를 신적인 존재로 우러러보고, 혹여나 그이가 없으면 나라가 망하지나 않을까 싶어 가슴을 졸여 맹종(盲從)하며 살아가던 서민들이 부지기수였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 말입니다. 하물며 그이의 유고(有故)를 마주하며 흡사 천붕(天崩)의 심정으로 통곡하고 식음(食飮)을 전폐하는 분들까지 생겨나던 현상을 망연자실(茫然自失) 지켜보았음에야 무에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만.


‘"미국에 왕은 없다"…美안팎서 800만명 反트럼프 역대 최대 시위’


지구촌 곳곳에서 울리는 포성(砲聲)과 매캐한 확약 냄새에 그저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더니, 난데없는 바다 건너 시위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눈길이 닿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민주주의 종주국이라 여기던 지구촌 굴지(屈指)의 강대국에서 자기 나라에 왕은 없다는 격한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니, 세상일은 참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기야 애꿎은 서민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면서 과연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지도자들이 그들의 아린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까 싶어 고개만 가로젓던 터였습니다.


의외로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 더 큰 행복감을 느끼더라는 오래전 어느 보도에 헛웃음을 흘렸던 기억도 떠오릅니다만, 끊임없는 세뇌의 과정을 거쳐 자신이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확신하도록 만든 무늬만 자유인 세상이 아니라 소위 힘없고 빽(백) 없는 서민들이 소박한 꿈이나마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껏 펼쳐가며 가꾸는 그런 참된 자유의 세상이 도래하길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는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가 되어야 할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관련 기사 : "미국에 왕은 없다"…美안팎서 800만명 反트럼프 역대 최대 시위 / 연합뉴스(2026.03.29.)

https://www.yna.co.kr/view/AKR20260329003151072?section=international/all&site=major_news02_rel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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