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학에서의 개념은 명확합니다. 딱 두 가지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무엇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을 구하는 법'입니다.
수학 교양서의 저자에게 요구되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수식을 하나씩 쓸 때마다 독자가 절반씩 줄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수식을 쓰지 않고 말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두 권의 교양서를 냈지만 수식은 부록이나 따로 코너를 마련해서 썼습니다. 사실 수식 없는 수학은 그림 없는 미술이나 악보 없는 음악과 다르지 않습니다. 설명에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불문율을 깨 보려고 합니다. 6명의 구독자께서 떠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입니다.
이제 문제를 하나 풀어보면서 개념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문제를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문제가 결국 두 가지 개념의 연계라는 것에 초점을 두시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두 점 A(1,1), B(5,3)에 대하여 선분 AB의 중점을 지나고 선분 AB에 수직인 직선의 방정식을 구하라.'
이 문제를 '무엇이다'개념과 '무엇을 구하는 법'개념으로 분리해보겠습니다.
1. A(1,1)은 무엇인가?
2. 선분은 무엇인가?
3. 선분의 중점은 무엇인가?
4. 수직은 무엇인가?
5. 중점은 어떻게 구하는가?
6. 수직은 어떻게 구하는가?
7. 직선의 방정식은 어떻게 구하는가?
1부터 4까지는 '무엇이다'의 개념이고 5부터 7까지는 '무엇을 구하는 법'의 개념입니다. 하나씩 해결해보겠습니다.
1. A(1,1)은 무엇인가?
고1 학생 중에서도 아래와 같이 두 점을 찍는 학생이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A(1,1)은 아래와 같이 하나의 점을 숫자로 나타낸 것입니다.
2. 선분 AB는 무엇인가?
선분 AB는 두 점 A와 B를 곧게 연결한 선입니다. 별로 곧게 보이지 않네요.
3. 선분 AB의 중점은 무엇인가?
선분 AB 위의 있는 점 중에서 A까지의 거리와 B까지의 거리가 같은 점입니다. 아래와 같이 두 점이 수직선 위에 있으면 중점을 구하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듯도 합니다.
중점을 M이라고 하면 M(2)입니다. AB의 길이가 4이므로 A와 B에서 중점 M까지의 거리는 2일 겁니다.
4. 수직은 무엇인가?
두 직선 l과 m이 수직이라면 아래와 같이 직각으로 만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각은 90도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것도 '무엇이다' 개념입니다.
5. 중점은 어떻게 구하는가?
선분 AB의 중점은 아래와 같이 점 A와 B의 x좌표와 y좌표를 분리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즉, 1과 5의 중점은 3이고 1과 3의 중점은 2입니다.
6. 수직은 어떻게 구하는가?
두 직선이 수직일 때, 기울기의 곱이 -1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직을 구하는 법'개념을 이용하려면 '기울기란 무엇이다'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기울기는 y의 변화량을 x의 변화량으로 나눈 값입니다. 아래의 경우 y변화량 2를 x의 변화량 4로 나눈 2/4 즉, 1/2이 기울기입니다.
이제 두 직선이 수직일 때 기울기의 곱이 -1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AB와 수직인 직선의 기울기가 -2라는 것을 구할 수 있습니다. 1/2과 -2를 곱하면 -1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아래의 빨간색 직선의 기울기가 -2입니다.
7. 직선의 방정식은 어떻게 구하는가?
기울기와 한 점을 알 때, '직선의 방정식을 구하는 법' 개념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 m자리에 -2를, a와 b 자리에 각각 중점 M(3,2)의 3과 2를 대입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제 마무리되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혹시 이해가 안 되셨더라도 실망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이 문제는 고1 수학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도형의 방정식에 속해 있습니다.
장황하게 수식과 그래프까지 동원한 이유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모든 문제는 '무엇이다'개념과 '무엇을 구하는 법'개념으로 분리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혹시 주변에 수학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면 수학 문제는 결국 이런 것이라고 말씀해주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