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나중은 시간의 가치가 다르다
즉시 복습이 필요한 이유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일기 쓰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문제는 방학 숙제에도 일기 쓰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당연히 미루고 미루다 개학 직전에 일기를 몰아 썼습니다. 지금은 더 그렇지만 어릴 때도 며칠 전에 뭐했는지 기억날 리가 있겠습니까? 대충 소설 쓴 다음 마지막 코스는 도서관이었습니다. 도서관에는 신문이 있었으니까요. 맞습니다. 날씨 보러 간 거죠.
뻔한 일상이나 영어 단어, 수학 개념 등은 사실 기억의 재료가 되지 못합니다. 기억 메커니즘의 중심에는 해마가 있습니다. 해마는 감정 중추와 협업하여 공포, 위험 등의 상황만을 기억에 추가합니다.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해마가 또 반응하는 것은 의외성입니다. 역발상이나 반전의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유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며칠 전 일이나 방금 본 영화 내용을 기억 못 하는 것은 바로 해마의 이런 특성 때문입니다. 가짜 공포나 뻔하디 뻔한 일상을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거죠.(물론 시냅스를 연결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줄어든 것도 한몫하긴 합니다.)
이런 해마가 수학 개념 같은 것을 조금이라도 기억하려고 할까요?
생존과 의외성 말고 해마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반응하는 것은 반복된 입력입니다. 영어 단어나 수학 개념 같은 정보가 한두 번 들어오면 해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같은' 정보가 입력되면 해마의 주의를 끕니다. 입력되는 간격이 짧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학생들에게 노트 필기만큼 강조하는 것이 '즉시 복습'입니다. 그렇습니다. 복습이 아니라 즉시 복습입니다. 해마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즉시 복습해야 합니다. 해마가 깜짝 놀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같은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해마는 그 정보를 특이하다고 판단하고 일단 keep 해 둡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마는 이 정보를 방치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신경망의 일부가 끊어집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헷갈린다고 하고 며칠 더 지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게 됩니다.
지금과 나중은 해마에게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오늘의 결론/즉시 복습하여 해마를 놀라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