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의 예산으로 1천억의 수익을 가져오는 사업,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업비로 2,000억원이 소요되고
1,00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진행하는 게 맞을까요?
독자분들이 좀 더 쉽게, 와닿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숫자를 조금 극단적으로 정해봤습니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투자금 2천억원, 예상 수익 1천억원인 사업을 하겠냐고 질문하면,
대체로 돌아오는 대답은...
"그걸 누가 해?" 입니다.
이 외에 왜 해야하냐, 로또맞아도 안한다 등 기겁을 하며 손사레를 칩니다.
하지만, 이런 사업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 누군가는 바로 "정부" 입니다.
(어머 내 세금... 하는 구독자분들이 계시다면 , 꼭 이어 읽어주세요!)
보통의 사업은, 사업 투자액 대비 충분한 수익(이윤)을 얻기 위해 진행하곤 합니다.
비영리기구, 사회적기업 등의 특수 성격을 가진 일부 기업들을 제외한 모든 기업들이 이러하고,
제가 본업으로 주로 기획/담당하고 있는 예비타당성조사 사업기획, R&D 사업 등을 포함한
정부 사업 또한 대체로 수익성(경제성)을 보게 됩니다.
(물론 경제성이 아닌 효과성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예비타당성조사가 뭐에요?
보통 언론이나 관계자들은 흔히 예타 사업이라고 줄여 말하는 예타사업은,
정부가 세금으로 '500억~n천억원 규모의 큰 사업을 할건데, 그 돈 들여서 할만한 가치가 있어?' 를 알아보기 위해 요구되는 사전 기획, 엄격한 검토 절차입니다.
(*여담으로 예타 사업 기획 할때마다 보고서 1,500P는 기본으로 작성됩니다. 무조건 적으로 양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요구되는 기획 내용 수준이 많은 편이며, 전문가분들의 공청회 등 많은 검증들이 포함됩니다)
쉽게 말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지를 사전에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2,000억원 소요되는 사업을 진행했을 때 2,5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되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반면, 1,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되면 그 사업은 실행해야 할 타당성이 부족해서, 진행되지 않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많은 심사요건이 있지만 경제적 타당성을 매우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당연히 우리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면 저렇게 엄격하게 수익성을 보는 게 맞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 그리고 예타 제도에도 사각지대 아닌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대규모의 예타사업은 지방에 적용되기가 참 어렵다는 문제점이지요.
예를 들어,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 수단을 도입하거나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경우, 다양한 평가 항목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용객’에 기반한 수익성 검토가 핵심일 것입니다.
연간 nn만 명의 이용객이 시설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서비스와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그리고 수익성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따져야 하죠.
그런데, 이러한 이용객 수를 사업비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보다는 수도권이나 대도시권이 훨씬 유리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방의 교통 시스템이나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예타사업을 면제하자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비가 투입되는 만큼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타 기획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저 또한 이런 딜레마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죠.
2024년 1월에 예타 제도 일부 개편이 있었지만, 아직 이 같은 문제가 반영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부처 고유임무형 등 다른 개편안이 진행 중인데요.
특히 부처 고유임무형 예타는 좀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이 부분은 추후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예타 제도도 꾸준히 개선된다면, 국민들에게 더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제도로 변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수익성이 부족하더라도 지방을 위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사업제도 개편이 향후 논의되기 위해선,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2천억 원을 들여 1천억 원의 효과만 거두더라도 국민들이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충분하다면, 그리고 기타 조건을 충족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지방 인프라도 점차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확실한 수익성이 우선인가요? 아니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필요성이 있다면 진행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