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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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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토끼 Mar 23. 2022

공주 여행

여행일기 - 공주편 

 예전엔 공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밤이었다. 하지만 요즘 나에게 공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칼국수다. 나는 본래 먹거리에 그렇게 목숨 거는 편이 아니었다.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맛집이라서 기다렸다가 먹어야 한다면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다른 곳에 가곤 했다. 아무리 맛있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내 시간이 더 중요했다. 지금도 누가 나에게 먹거리와 시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당연히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엔 맛집의 메뉴는 고려하지도 않았다면 지금은 적어도 메뉴는 들어보고 먹고 싶은 메뉴라면 기다려볼 줄도 또 조금 멀리 이동할 줄도 알게 되었다. 


 이날도 그랬다. 다른 이유 없이 공주에서 먹었던 칼국수가 먹고 싶었다. 전날 언니와 이야기할 때는 별생각 없었던 칼국수였다. 그래서 언니가 한번 떠보듯 한 이야기에 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다음날 언니는 당연히 내가 안 간다고 생각하고 늦잠을 잤다. 


 언니의 시동이 꺼졌을무렵 나는 뒤늦게 시동이 걸렸다. 나의 이런 성격을 보고 언니는 경운기 같은 성격이라고 했다. 꼭 뒤늦게 시동이 걸린다며 그 손잡이도 꼭 누가 돌려줘야지 돌려주지 않으면 걸리지 않는 경운기 같은 성격에 이번에도 언니는 나로 인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실 일어난 시간도 그렇고 준비해서 출발한 시간도 그렇고 공주까지 다녀오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은 선택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음날 출근하는 사람이 공동육아를 하는 언니와 나 신랑 셋 중에 나뿐이었다. 어린이들도 방학중이라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감 없이 시작해도 되는 다음날이 있기에 가능했던 선택이었다. 

 오늘의 운전도 역시 신랑이 맡았다. 이젠 신랑도 나도 언니도 셋다 운전이 가능하다 보니 항상 여행의 출발에 있어서 어떻게 차를 탈것인가를 고민한다. 아이들이 많이 크다 보니 7인승인 우리 차에 타는 것도 어쩔 땐 비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언니는 언니가 운전해야 아이들이 옆에서 언니를 괴롭히지 않으니 언니가 운전하는 것이 편하다며 언니가 운전하는 걸 고집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끼리는 알고 있다. 한차에 타고 가는 것이 시끄러운 만큼 더 재밌다. 운전하는 사람이 조금 고생이라서 그렇지 매일 만나도 할 얘기 많은 우리는 차 한 대로 가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재미면에서도 그렇고 더 좋다는 걸 알고 있다.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다 보면 화장실 문제 때문이라도 휴게소는 꼭 한 번씩 들르게 된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공주 가면서 처음 들러 본 오창휴게소였다. 근데 여기 오창휴게소 재밌는 것들이 많아서 다음번에 혹시 들르게 되면 그 재밌는 것들 모두 이용해 보기로 하였다. 


 요즘 생기는 아주 큰 휴게소들에 비해서 크기는 크진 않았지만 내부가 정말 알차게 잘 마련되어있는 휴게소였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여러 알찬 편의시설들 중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로봇카페였다. 돈을 넣고 커피를 선택하며 로봇이 커피를 타 준다.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나의 아이는 그곳에서 한참 로봇을 구경하고 신기했는지 로봇이 커피를 한 손으로 탄다며 놀라운 듯 이야기를 했다. 아침에 커피를 한잔도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면 어린이들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커피 한잔을 더 주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페인에 쥐똥만큼의 내성도 없는 나에게 하루 커피 두 잔은 무리인지라 로봇이 타주는 커피는 다음 기회를 외치며 아쉬움을 남겨두고 휴게소를 떠나왔다. 

 드디어 도착한 유가네칼국수, 이번 공주 여행의 목표가 되어 준 것이다. 이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가을 공주산성에서 미디어아트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공주까지 갔는데 맛집 하나는 방문해보고 와야 한다며 평소 우리가 즐겨보면 맛있는 녀석들을 연관 검색어로 검색하면서 알게 되었다. 김준현 씨가 하차하기 전 방송으로 시청자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투어 하는 편이었다. 공주 방문하기 전 맛집을 예습하는 의미로 김준현 씨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다 같이 앉아서 보았다. 말도 한마디 하지 않고 국물을 드링킹 하는 김준현 씨의 모습에 여기는 찐 맛집이라는 인상을 받으며 기대를 가득 안고 방문했었다.  


 처음 방문했던 그날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국물이 이렇게 맑은데 찐하면서 개운할 수가 있는지 처음 맛보는 국물 맛에 감탄하고 해물의 신선함에 감동받았다. 곁들여 맛만 보자고 주문했던 김치칼국수도 있었다. 김준현 씨는 김치칼국수는 안 먹고 칼국수에 수육만 맛보았었는데, 김치칼국수의 맛 역시 해물칼국수에 뒤지지 않는 맛이었다. 방문하기 전 후기를 보았을 때 수육은 보통이라고 되어있어서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먹어보니 수육도 특히 수육과 같이 나온 콩나물 무침이 별미였다.  어른들만 맛있게 먹은 곳이 아니라 아이들도 전부다 만족시켰던 맛집이었다. 


 유가네 칼국수를 방문하고 난 후부터 우리에게 공주는 칼국수 맛집이 있는 곳이 되었다. 칼국수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유가네 칼국수를 먹고 나니 나 사실은 칼국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의심까지 들 정도로 술 먹고 난 다음날 해장용으로 방문하기도 참 좋고 국물이 맵지 않으니 면 좋아하는 아이들과 방문해도 좋은 곳으로 유가네 칼국수를 생각하게 되었다. 집 근처에 있었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방문했을 맛집이라며 우리 모두 극찬했다.  


 첫 번째 방문에 그만큼 좋은 기억을 남겼으니 두 번째 방문은 더욱 즐거웠다. 아는 맛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첫 번째 방문에 인상 깊었던 아는 맛에 대한 기대가 큰만큼 멀어서 자주 먹지 못하는 그리움을 채울 만큼 신나게 먹었다. 그러면서 다음에 오면 어떤 맛있는 걸 먹으면 좋을까 메뉴판을 자세히보다 경기도 하남에 직영점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공주보다는 하남이 가까운데 그런 하남에 직영점이 생겼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방문은 꼭 하남점을 이용해보자 마음먹게 되는 두 번째 방문이었다. 부디 하남점도 공주만큼이나 맛있었으면 좋겠다며 기도했다. 

 점심 먹고 우리가 찾은 곳은 공주 한옥마을이었다. 지난번에 공주에 방문했을 때는 칼국수를 먹고 무령왕릉에 갔었다. 공주 한옥마을은 무령왕릉에서 걸어서도 이동이 가능할 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었다.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지난번 방문해서 한옥마을을 보고 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한옥마을은 공주의 산들을 배경으로 고즈넉한 풍경을 담고 있었다. 백제의 문화유산이 숨 쉬는 도시라서 그런지 한옥마을이 유독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고, 한옥마을에서 운영하는 숙소 역시 우리의 전통적인 구들 방식으로 방을 데우는 시스템이라 보기에도 후끈함이 전해졌다. 불이 꺼진 후의 한옥마을의 풍경은 이번엔 눈에 담지 못했지만 한옥마을의 길을 따라 청사초롱이 걸려있는 모습을 보고 다음에 방문한다면 꼭 숙소를 이용해서 한옥마을의 불 꺼진 모습도 청사초롱에 예쁘게 불이 켜진 모습도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공주 한옥마을에는 다양한 체험이 준비되어있었다. 입구와 가까운 곳에는 전통놀이 체험장이 있었고 그보다 뒤쪽에는 백제옷 입기나 간식 만들기 체험이 준비되어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체험들 중 우리의 발길을 가장 강하게 붙잡은 것은 바로 여기 족욕체험장이었다. 


수건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당황할 필요도 없었다. 족욕체험장 내부에 수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놓았고 신발장도 마련되어있어서 더욱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도 족욕체험장이 마련되어있어서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연인들이라면 바깥쪽에 조금 더 작게 마련되어있는 족욕체험장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아이들은 족욕체험장 앞에서 꽤나 분주해졌다. 순서를 기다릴 때도 빨리 들어가고 싶어 했고 족욕체험장 안에 들어가서도 옷을 걷어주기도 전인데 물에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만큼 아이를 챙기는 보호자의 손길도 바빠지는 체험장이었지만 아이들만큼이나 어른들도 좋아하는 체험이라 더 즐거웠던 거 같다.  

 그냥 단순히 따뜻한 물에 발을 넣고 있는 것뿐인데 즐거웠다. 가만히 앉아서 창 밖의 풍경들을 눈으로 담는 것이 좋았다. 아이의 발은 유난히 금방 쪼글쪼글해진다며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작은 발이 귀여워 사진을 찍어두며 조용한 수다를 이어갔다. 아이들의 얼굴에 즐거움이 묻어나면 함께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로서 아이들에게 공주는 칼국수 외에도 족욕을 즐겼던 곳으로 기억하게 될 거 같다. 


 사실 아이에게는 공주라는 지명 자체도 기억하기 참 좋은 곳이었다. 처음 공주에 오기 전에 아이는 공주들이 사는 곳이라면서 오해를 할 정도로 공주를 친근하게 생각하였었다. 공주에 와서 단지 공주라는 지명이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공주들이 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령왕릉을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아이 눈에는 작은 언덕 같은 그곳을 굳이 힘들게 걸어서 다녀와야 하는 이유가 없어 보였는지 투정 아닌 투정을 하였었다. 지구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첫 공주여행에서 걸었던 기억은 그렇게 아름다운 기억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공주 여행으로 아이에게 공주는 조금 더 친숙한 느낌이 되었을 것이다. 발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발을 담그고 있었던 뜨겁지 않고 따끈했던 물에 발을 담그고 엄마와 아빠 이모 사촌오빠 사촌동생과 나누었던 즐거움을 기억하는 따뜻한 기억이 남을 거 같아서 더 좋았던 공주 여행이었다. 나의 경운기 같은 성격 덕분에 여행의 시작이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다녀오길 참 잘했던 공주여행은 한옥 마을을 끝으로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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