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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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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토끼 Apr 20. 2022

전주 여행

여행일기 - 전북 전주 편 

 얼마 전 당일치기 여행으로 전북 전주에 다녀왔다. 이번 전주 여행은 계획도 신랑이 운전도 신랑이 여행의 코스도 신랑이 선택했다. 남쪽에서 벚꽃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할 무렵 신랑은 전주로 벚꽃맞이 당일치기 여행을 제안했다. 전주라면 우리가 사는 곳에서 3시간은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중간에 휴게소라도 들른다고 하면 넉넉하게 4시간은 생각하고 가야 하는 거리다. 3월 초에 무창포를 다녀올 때도 비슷한 거리를 다녀오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지, 나는 생각해보겠다는 답을 하곤 요즘 우리와 거의 모든 여행을 동반하고 있는 언니에게 신랑의 계획을 전했다. 그랬더니 언니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설렌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언니는 곧 그 주에 언니의 집에 방문하기로 예정되어있었던 언니의 형님께도 여행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고, 언니의 형님도 함께 하는 전주 여행이 결정되었다. 


 당일치기 여행의 좋은 점은 숙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또 여행을 준비하기에 앞서 챙겨야 할 짐이 없으니 간편하게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운전만 왕복 8시간 넘게 해야 하는 신랑이 피곤할 예정이지만,  이런 장거리 운전을 앞둔 날이면 나는 신랑의 피로 누적을 고려하여 집안일도 육아도 제외시켜준다는 점에서 신랑은 오히려 당일치기 여행을 선호한다. 다음날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달라는 의미로 일찍 잠자리까지 들면 다음날 신랑이 오랜 시간 운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신랑에게 조금 덜 미안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장거리 당일치기 여행의 경우 일찍 잠자리에 든 만큼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우리의 전주 여행은 새벽 6시에 시작되었다. 언니네와 6시에 만나서 전주로 출발하면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전주에 도착한다고 해도 점심 전에 도착할 수 있겠다는 계산으로 정한 약속시간이었다.  

 아침잠이 정확하게는 잠이 워낙 많은 신랑이지만, 이렇게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엔 내가 일부러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아주 잘 일어난다. 나 또한 일어나는 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지만, 여행을 앞둔 아침이라 그런가 피곤함보다는 설렘을 느끼면서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화장을 할 시간은 부족했다. 어차피 오늘은 차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기니까, 차에서 화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차에서 화장을 하기로 결심하고 화장 도구를 서둘러 챙겼다. 여담이지만, 차에서 화장하는 걸로는 언니가 한수 위다. 나는 아이라이너를 차에서 그리다 과속방지턱에 걸리면서 삐죽 튀어나가는 날도 있는데, 언니는 대학교 때부터 통학버스에서 아이라이너를 그리던 실력이 아직 남아있는지, 과속방지턱 따위는 일도 아니라는 듯 아주 부드럽게 잘 그린다. 결혼하고 장거리 당일치기 여행을 다닐 때마다 차에서 화장하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아직 언니만큼 매끄럽게 화장을 못하는 걸 보면 앞으로 더 자주 장거리 당일치기 여행을 하며 화장은 차에서 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신랑만큼이나 잠이 많은 아이를 깨워 간신히 옷만 갈아입히고 출발하는 것인데도 언니와의 약속시간이었던 6시에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시간이니 만큼 되도록 시간을 맞추려고 하는데 아이와 함께 준비할 때는 왜 그렇게 시간이 무족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계획했던 6시에서 많이 지나지 않은 시간에 언니와 만나서 출발했다. 결혼하고 12년 차가 되어가니 언니의 형님도 나의 형님 언니의 시어머니도 나의 어머니 뭐 이런 식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언니의 형님이지만 나는 형님을 고모로 고모는 나를 이모라고 부르며 서로 어색함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형님에게 안부를 물으며, 이렇게 새벽부터 출발하는 여행이라 다녀오시고나서 다시는 우리와 여행 가시겠다는 이야기 안 하시는 거 아니냐며 고된 여행길이 될 거라는 걸 넌지시 알렸다. 형님이 말씀하시길 이런 기회가 아니면 내가 또 전주를 언제 갈 수 있겠냐는 생각에 무리를 해서라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오셨다고 하셨다. 여행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상대방이 여행에 대한 설렘과 즐거움을 드러내 주면 배로 기분 좋아진다. 그래서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함께하는 동반자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언니네와 여행을 다니는 건 꽤 즐겁다. 


 차 안에서 소소한 대화가 오가는 사이 아침 일찍 깨워서 짜증이 났던 아이도 좀 진정을 하게 되었고,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다. 아침밥을 어느 휴게소에 들러서 먹으면 좋을 것인가를 논의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 가는 길이 지난번 무창포로 이동하는 길과 공주여행을 갈 때 가던 길과 어느 정도 비슷했다. 아는 휴게소들이 꽤 보였고, 들르고 싶었던 휴게소에 들러서 아침을 해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지난번에 들렀지만 밥은 먹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던 오창휴게소에 들르기로 하였다. 오창휴게소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로봇카페라는 이름으로 스타벅스 원두를 이용하여 로봇이 타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강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라면을 끓여주는 뽀글이 기계도 준비되어있는 곳이었다. 아이들도 그 두 가지가 인상 깊었는지 오창휴게소를 갈 거라는 말과 함께 그곳에 있었던 로봇카페와 뽀글이 기계를 얘기하였더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각자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른 아침에 들른 오창휴게소였지만 이용객은 생각보다 많았다. 지난번 제천 평택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들렀던 천등산 휴게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또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이었는지, 식당가 중에는 아직 오픈 중비 중이라고 되어있는 식당들도 있었다. 늘 휴게소에 들르면 당연한 듯 우동를 찾던 아이가 모처럼 돈가스를 먹겠다고 얘기했었는데, 하필 돈가스를 판매하는 식당이 오픈 준비 중이었다. 그냥 다음 휴게소로 이동할까를 아주 잠깐 고민했었다. 


 하지만 곧 돈가스 대신 우동을 먹겠다며 아이는 잠깐의 소동 후 진정했고, 라면을 좋아하는 언니네 아들도 여기서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다음 휴게소는 다음 기회에라며 각자가 원하는 메뉴를 주문했다. 사실 나는 밥도 밥이지만 커피가 목적이었다. 평소와 다른 시간에 일어나서 평소와 다르게 움직인 덕분인지 밥 생각보다는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신랑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밥보다는 토스트가 먹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럼 처음부터 둘 다 토스트에 커피를 마셨으면 되는데, 이런 현명한 생각은 꼭 메뉴 결정을 앞둔 그 순간에는 정작 하지 못한다. 결국 신랑과 나는 라면 하나를 둘이서 나누어 먹고, 토스트도 사서 나누어먹자는 야무진 꿈에서 라면만 먹고 토스트는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토스트는 포기해도 커피는 포기할 수 없었다.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난 후 바로 로봇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봇이 타주는 커피라는 부분에서 기대감이 생겼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하나로 단일 메뉴였지만 생각보다 로봇은 잘 해내어주었다. 우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였는데, 신랑은 로봇이 하는 일을 보면서 사람도 잘 못하는 멀티를 해낸다면서 기특해했다. 우리 시대가 이룩한 과학기술은 어느새 일 못하는 사람보다 잘 짜인 공식처럼 일하는 로봇이 기특한 시대가 되었다는데 조금 씁쓸하기도 한 기분이었지만, 커피 맛은 좋았다. 


 아침잠을 깨워주기 좋았고,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어 좋았다. 로봇이 탄 커피라서 정 없을 거란 생각과 다르게 그 온기만큼은 따뜻해서 좋았다. 덕분에 개운함을 느끼며 전주에 도착하기 전 화장에 집중하여 그래도 좀 멀쩡한 얼굴이 될 수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였다. 신랑이 계획했던 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한 샘이었다. 신랑이 여길 서둘러 도착했던 이유는 전주 한옥마을이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공영주차장 이용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침 일찍 도착하면 주차의 번잡함도 걱정을 좀 덜할 수 있고 한옥마을을 돌아디니면서도 복잡함을 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였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랑의 예측은 너무 딱 맞아떨어졌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여유로웠던 주차장은 우리가 나올 때 되니 저~~~ 기 멀리에서부터 줄을 서야 들어올 수 있는 주차장으로 변해있었고, 점심 먹을 즈음부터는 전주 한옥 마을은 거리마다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일찍 도착했던 우린 전주 한옥마을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렇게 한가한 곳에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신랑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전주 한옥마을은 두 번째 방문이다. 예전에 아이가 돌이 되기 전 가족여행으로 전주 한옥마을에 온 적이 있었다. 아이는 차를 타는 것도 싫어했지만, 유모차에 타는 건 더 싫어해서 이동거리가 꽤 되었던 전주까지 오는 동안에도 힘들었지만, 전주에 도착해서 아기띠에만 의존하여 관광을 다니는 통에 더욱 힘들었다. 결국 전주에 도착한 날밤 나는 병이 났다. 열이 났고 온몸이 아파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평소 입맛이 없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요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였던 나지만, 그땐 입맛이 없다는 것이 이런것이구나를 몸소 체험하면서 신랑이 앞에서 밥 먹는 걸 여행 내내 지켜보기만 했었다. 전주여행을 다녀온 분들이라면 특히 한옥마을을 다녀와본 분들이라면 이곳에 먹거리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고 있을 거다. 


 그렇게 많은 먹거리를 보고 먹지 못했으니, 그날의 여행은 나에게 아파서 못 먹었던 서러웠던 여행으로 기억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랬던 전주에 다시 여행을 왔으니 난 이번에 사진도 사진이지만 그때 못 먹었던 먹거리를 먹을 거라며 먹거리 투어에 집중하는 여행을 시작했다. 

이런 나의 다짐을 알기는 아는 것인지, 아이들은 한옥마을의 입구부터 앞으로 전진이 힘들 만큼 모든 것에 호기심을 쏟아내었다. 운세 뽑기가 보이면 한 번씩 해봐야 했고, 동전을 던져서 소원을 비는 곳이 보이면 그것 또한 해봐야 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곳곳이 포토존이라, 곳곳에 마련해 놓은 포토존이 보이면 또 그곳에서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전통놀이를 체험해보는 곳도 있었다. 덕분에 그냥도 한발 한발 전진이 어려웠던 아이들에게 전통놀이는 더욱더 힘을 보탰다. 제기차기 팽이치기 딱지치기 옛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우리의 놀이시간을 담당했던 것들이 준비되어있었다. 벚꽃맞이 여행을 위해 예쁘게 차려입느라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제기에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제기차기 대회가 있어서 한 번에 50개씩 쉬지 않고 차던 나는 이제 5개도 차기 어려운 몸뚱아리를 지니게 되었다며 지금의 체력과 운동신경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그때로 돌아가 우리 모두 신나게 놀이를 즐겼다.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여서 온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전진이 어렵던 아이들이지만, 놀이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말하지 않아도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덕분에 경기전까지 올 수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정동 성당 역시 전주 한옥마을의 명소지만, 우리가 갔던 그때 정동 성당은 공사 중이라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다. 

 

 경기전 또한 내부는 관람이 가능했지만, 태조의 어진을 모시는 경기전 내에 있는 어진박물관은 공사로 인해 휴관 중이라는 안내를 볼 수 있었다. 경기전에 오는 이유는 태조의 어진을 보러 오는 건데, 하필 공사 중이라니 아쉬움이 남았다.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언니는 태조의 어진이라면 인터넷에서 찾으면 다 볼 수 있는걸 뭘 직접 보려 하냐고 우스갯소리를 하였다. 그렇게 치면 경기전 역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나오는걸 구태여 여기까지 찾을 이유가 없다고 했더니, 그 말에도 동의하는지 언니는 그저 웃고 말았다.


 경기전 내부는 한옥이 주는 고요함이 있었고, 날씨까지 따뜻해지니 딱 걷기 좋은 곳이 되었다. 우리에게 걷기 좋은 길은 데이트 코스로도 가족 나들이로도 많이 찾는 것인지, 곳곳에서 경기전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무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사진 찍는 건 참 좋은 일이지만 문화재를 훼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구태여 들어가지 말라고 표시해 놓은 곳에 들어가서 단체사진을 찍거나 가족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니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직도 문화재를 아끼고 배려할 줄 모르고 자신의 사진이 더 중요하다며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면 안 좋은 감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부디 문화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길, 문화재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래보았다.

 경기전을 나와서 우리가 향한 곳은 카카오프렌즈 전주 한옥마을점이었다. 카카오프렌즈라면 다 좋아하는 우리 가족들은 전주 한옥마을점에서만 볼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경기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여있으니 아이들 데리고 걷는 것도 무리되지 않았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특별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느 카카오프렌즈와 다르게 입구에서부터 한복으로 치장한 캐릭터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이 입구를 지나치는 것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저마다 인증사진을 찍고 싶어 하였고, 레오와 라이언 프르도를 보고 반가워 어쩔 줄 몰라하였다. 


 아이들에게도 사랑받는 캐릭터라 이곳을 방문한 건 아이들이 더 좋아했다. 듣던 대로 카카오프렌즈 전주 한옥마을점에서만 판매하는 특별한 제품이 있었고, 일부러 들러서 구경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될 만큼 귀여운 캐릭터 상품들이 많았다. 신랑은 기어코 그곳에서 상품을 구입하였고, 아주 만족스러워하였다.  

 카카오프렌즈샵까지 구경하고 나니 이번엔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언급했던 것처럼 나는 전주 한옥마을에 먹으러 왔다. 지난번 아파서 못 먹어보았던 군것질거리들을 맛볼 생각으로 왔으니, 어디 한 곳에 들러 점심 한 끼를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각자가 원하는 군것질거리를 종류별로 사서 먹자고 하였다. 


 오전에는 열지 않았던 가게들은 경기전을 향해서 걸어갈 즘 하나 둘 오픈하기 시작하였고, 먹거리들이 오픈하는 시간에 맞추어 사람도 많아졌다. 내 입에 맛있는 건 사람들 입에도 맛있는 것인지, 줄 서서 기다렸다가 음식을 살 수 있는 곳도 늘어났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땐 신랑과 나 아이까지 셋뿐이라 더구나 아프니 입맛이 없었던 나 덕분에 군것질을 하더라도 만두 한 개 구워 먹는 치즈 한 개 고작 이렇게 사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르게 우리는 인원수도 많고, 아이들도 그때보다 커서 같이 먹을 수 있는 먹거리 종류도 늘어났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맛있어 보였던 군것질거리들 바게트 버거, 만두, 고로케, 회오리감자, 육전, 탕후루까지 경기전까지 걸으면서 봐 두었던 먹거리들을 하나씩 사 들고 한 자리에 모였다. 전주 한옥마을의 이런 군것질 가게들은 시국이 이래서인지, 아니면 원래 가게 구조가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가게 내부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부족했다. 당연히 거리에 앉아서 먹거리를 먹을 만한 자리도 없었다. 그래서 차로 이동하여 먹거리를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 거의 한옥마을의 귀퉁이에 쉼터로 마련되어있는 곳에서 우리가 구입해온 먹거리를 한자리에 풀어놓을 수 있었다. 


 우리가 샀던 먹거리들 중 육전은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였다. 다들 그날 육전 기분이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육전은 우리가 샀던 음식들 중 가장 대기를 오래 해서 먹을 수 있었다. 배고프다는 아이들의 원성에 따라 신랑이 희생해서 혼자 대기하였다가 육전을 사 왔는데, 이 맛있는걸 안 사 먹었으면 어쩔뻔했는지 대기해서 사 오는 이유를 알겠는 고소 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전이었다. 언니는 육전을 먹는데 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며 육전 판매하는 가게에서 같이 판매하는 맥주를 구입해서 육전과 함께 즐겼다. 날씨가 조금만 더 따뜻했더라면 언니와 함께 그 자리에서 맥주를 나누었을 애주가이지만, 쌀쌀한 날씨에 맥주를 눈으로 마시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신랑이 계획했던 전주여행의 1부는 끝났다. 이제 2부 시작이다. 2부는 전주 여행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벚꽃에 목적이 있었다. 전주 벚꽃 명소로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전주동물원이었다. 예전에 가족여행으로 왔을 때 우연히 들른 적이 있는 전주동물원은 평일이라 그런지 분명 한가하고 한산하였던 걸로 기억했다. 그런데 전주동물원이 전주에서도 가장 유명한 벚꽃 명소라서 그런지, 이전 방문에 내가 기억하는 한가하고 한산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매표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결국 계획을 수정하여, 급하게 검색 끝에 전북대학교를 목적지로 잡았다. 아직 활짝 피지 않은 벚꽃이었지만 그래도 곳곳에서 캠퍼스 특유의 젊음의 느낌을 주면서 전해주는 벚꽃향기가 기분 좋았다. 하지만 우리 뒤를 따라왔을 언니의 차가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거니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언니를 따라 이동하면서 캠퍼스의 벚꽃은 아쉽게 눈에 담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내 가까운 거리에 우연히 도착한 전주 덕진공원에서 또다시 벚꽃을 볼 수 있었다. 


 조성한 지 오래되진 않은 벚꽃길이라, 지나온 다른 벚꽃길에 비해서 그렇게 길지도 크지도 않은 벚꽃터널이었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벚꽃을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벚꽃을 보고 있으니 봄을 온몸으로 느끼는 기분이라 참 좋았다. 벚꽃맞이 여행을 온 보람이 있다며 사진도 여러 장 찍어 두었다.  

 우리가 이렇게 사진을 여러 장 찍으면서 벚꽃을 즐기고 있을무렵, 아이들은 벚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벚꽃길 바로 옆에 있는 놀이터에서 아주 신나게 뛰어놀았다. 언니 덕분에 우연히 들르게 된 덕진공원에는 아이들 놀이시설이 정말 잘 마련되어있었다. 어른들은 벚꽃구경을 할 수 있고, 어린이들은 각자의 놀잇감을 찾아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며 모두가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덕진공원은 원래 연꽃이 유명한 곳이라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져버린 연꽃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여긴 벌이 많은 곳인가, 무슨 벌집이 이렇게 많은가 하며 놀라서 보았는데 자세히 보니 벌집이 아니라 연꽃이 지고 나서 떨어진 모습이었다. 덕분에 연꽃이 피었을 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이번엔 벚꽃을 보기 위해 방문한 덕진공원이었지만, 다음에 올 때는 연꽃이 피고 나서 비 오는 날 연꽃 위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러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여행지를 방문해서 다음번 방문에 하고 싶은 일을 남겨둔다는 사실은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설렘을 동시에 주는 일이었다. 이번 전주 여행은 아쉬움도 설렘도 남기는 여행이라 더욱 좋았다. 


 전주여행의 2부는 여기서 끝이 났다. 3부는 놀랍게도 계획에 전혀 없던 공주에 칼국수를 먹으러 이동하면서 시작하였다. 모든 여행엔 뒤풀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4부로 집에 도착해서 뒤풀이까지 하였다. 공주로 이동하는 길 신랑에게 우스갯소리로 이제 조금 있으면 우리가 일어난 지 12시간이 지나간다는 이야기를 하니, 신랑은 조금 지나면 운전한 지 12시간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실로 엄청난 거리의 장거리 운전이라며 물론 12시간 내내 운전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장시간 운전을 담당했던 신랑에게 또 이번 여행을 계획했던 신랑에게 가장 큰 노고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출발할 때 우려했던 바와 같이, 언니의 형님이 18시간 동안 지속되었던 우리의 여행에 질려 다시는 우리와 같이 여행이라는 걸 하지 않으시면 어쩌나 걱정했던 나의 우려와 다르게 언니의 형님은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고, 다음번 여행지로 후보에 올랐던 담양도 꼭 데려가 달라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다음날 새벽같이 집으로 돌아가셨다. 즐거운 것은 즐거운 것이었지만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며, 각자의 소감을 전했던 이번 전주여행도 이렇게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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