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 강원도 횡성 둔내 여행
올여름엔 유독 횡성 정확하게는 강원도 횡성 둔내로 여행을 자주 다녀왔다. 초여름부터 시작해서 한여름까지 틈 날 때마다 횡성으로 캠핑을 다녀왔다. 사실 횡성이라고 하면 굳이 1박을 하지 않을 만큼 내가 사는 원주에서 가까운 거리다. 그런데 굳이 숙박을 하면서 여행을 떠났던 이유는 순전히 캠핑을 즐겨야 한다는 이유에 있었다.
강원도 횡성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한우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횡성은 그냥 조용한 곳이며 한여름에도 더위와 상관없이 편하게 쉬다 올 수 있는 시원한 계곡이 생각나는 곳이다. 가깝다는 장점 덕분에 아무 때고 계획이 없을 때 떠나자 하는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 횡성이다.
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도, 횡성은 매번 방문해도 매번 좋은 곳이 되었다. 놀랍게도 올여름에만 이곳 횡성 둔내의 캠핑장을 3번이나 이용하였으니, 굳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이곳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매번 가는 캠핑장 말고 이번엔 좀 다른 곳에 가보자며 영월의 한 캠핑장을 예약해 두었었는데, 영월 캠핑을 가기로 하였던 그 주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나에게 허락된 올여름의 캠핑은 이곳이 전부인가 보다 하는 마음으로 코로나 격리 이후 다시 이곳을 찾았다.
횡성에 있는 캠핑장을 이용할 때는 가깝다는 장점이 있으니 늘 신랑이 퇴근한 시간에 맞춰 출발해서 저녁에 캠핑장에 도착했었다. 텐트도 치고 저녁도 차리고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나면 첫째 날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마무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평소와 다르게, 조금 빠르게 이동해보자며 여자들끼리 먼저 캠핑장에 아이들과 함께 먼저 출발했다. 컨디션이 100% 회복된 상태는 아니다 보니 언니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지만, 언니의 걱정을 뒤로할 만큼 나는 여행에 전심이고 여행이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먼저 떠나는 여행에 굳이 함께 하기로 하였다.
캠핑장에 도착할 즈음 점심시간에 가까워졌다. 때맞춰 점심을 먹는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난리였다. 아이들을 얌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배속을 채워줘야 한다. 늘 캠핑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나온 적은 많지만 한 번도 이용해 본적은 없는 둔내 시내에 들어가기로 했다. 마침 열린 오일장으로 굉장히 활기찬 모습이 오랜만이라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메뉴는 분식이었다. 분식 사랑이라면 뒤지지 않는 나도 함께했다. 식욕이 다 돌아오지 않았을 때 먹다 보니, 평소라면 다 먹을 수 있는 양을 다 먹지 못해서 속상헀다. 더구나 그게 맛집이라면 아쉬움은 더하다. 이곳이 그랬다. 더 먹고 싶었지만, 위가 줄어서 많이 먹을 수 없었다. 특히나 요즘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식당을 이용할 때 사장님께서 이렇게 신경 써주시는 식당이라면 더더욱 아쉬움이 더했다.
여기 둔내 김밥에서는 라면을 판매 중이었다. 라면을 참 좋아하는 언니네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 라면을 주문하였는데, 그 라면을 아이가 먹는 라면이라며 일부러 순한 맛으로 끓여주셨다. 잔치국수를 주문했을 때도 사장님께서는 아이가 먹는 것이면 김치는 빼는 것이 좋겠냐는 것까지 하나하나 확인해주셨다.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는 요즈 같은 시기에,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사장님께서 아이를 위한 배려를 이렇게 해주시니 더욱 감사했고, 다음번에도 둔내 시내를 들르게 된다면 꼭 이곳에 방문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센스 넘치는 사장님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둔내 김밥의 한 벽면에 둔내 김밥의 영수증이 있다면 바로 앞에 있는 카페 인더하우스 아메리카노를 할인해준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인 것 같아서 인더하우스라는 곳에 음료를 구입하러 갔다. 그런데 이곳 둔내 시내에 있는 가게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감성이 넘치는 곳이었다.
사장님의 수집가적 면모를 볼 수 있는 곳이라 가게 구석구석에 놓여있는 피규어나 여러 가지 수집품들을 구입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또 카페지만 음료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피자나 치킨 같은 메뉴도 판매 중이셨고 저녁에는 맥주 안주를 따로 판매하는 가게라 이곳은 꼭 다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방문하였을 때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여기를 방문하는지,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하는 통에 빈자리가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였다. 이것만 보아도 이미 맛은 보장된 거라며 캠핑장에서 나오는 날은 이곳에 다시 오자고 다짐하였다.
음료까지 시원하게 마시고 나서 캠핑장에 들어갔다. 남자들 없이 여자들끼리만 시작한 캠핑은 처음이었다. 늘 텐트를 치는 건 신랑의 몫이었는데, 신랑 없이 과연 이게 될까 싶었는데 신랑 없이도 너무 쉽게 잘 되었다. 물론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잔 신부름만 하고 아이들 보는 것이 주로 내 몫이었지만, 손이 하나 줄어도 하등 문제 될 거 없다는 듯 언니들은 정말 손쉽게 텐트를 설치하였다.
사실 이곳 캠핑장에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텐트는 어찌어찌 친다고 하더라도 대형 타프를 설치하는 것까지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나의 생각과 다르게 언니들은 대형 타프까지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멋지게 설치하였다. 우리 언니들을 내가 너무 작게 보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참 못하는 거 없는 대단한 언니들을 둔 나였다.
언니들이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는 동안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 물론 물에 들어갈 수 없어서 옆에 앉아 지켜보기만 하였지만, 이제 제법 깊은 물에도 들어가려고 하는 물에 겁이 없어진 아이들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수 있는 이모의 마음은 몰라주고, 자꾸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물에 빠지면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안된다고 말려도, 아이들은 당장의 물놀이가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 안도감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아이들은 아쉬웠을지 모르는 잠깐의 물놀이 이후, 저녁 먹을 때가 되어 신랑이 퇴근하고 캠핑장에 합류하였다. 신랑은 사실 출근은 했지만, 마음은 처음부터 캠핑장에 와있는 하루였을 것이다. 8월의 본격적인 휴가철이라고 할 수 있는 때였고, 캠핑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신랑으로서는 그날 하루의 회사일이 아마도 손에 잡히지 않았을 것 도 같다.
신랑이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캠핑의 밤. 불을 피워놓은 화로대 한번 하늘의 별 한 번을 보는 여유가 넘치는 시간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더구나 여기 캠핑장은 우리 밖에 없다. 덕분에 복잡하다는 느낌도 없고 정말 우리끼리 조용한 곳에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이 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캠핑을 하려면 챙겨야 하는 짐이 너무 많다. 챙겨야 하는 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캠핑을 다녀온 후에 정리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 벌레라면 질색팔색 하다 보니, 캠핑장에 가서 만나는 벌레도 반갑지 않다. 더구나 텐트에서 자는 잠은 아무리 좋은 매트를 깐다고 하더라도 내 집에서 자는 것만큼 편안한 잠을 잘 수 없다. 잠자리를 매우 가리는 나로서는 어디를 가서 자더라도 잠을 아예 못 잔 것 같은 상태의 잠을 자다 보니, 캠핑장에서 자는 잠 또한 편하게 자본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렇게 불편한 것 투성이인 캠핑임에도 불구하고 캠핑장을 자꾸 찾게 되는 매력은 바로 캠핑의 밤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이 다 정리된 이후 조용한 곳에서 불멍을 즐기며 하늘의 별을 안주삼아 즐기는 맥주 한잔은 매우 달콤한 마약과 같다. 이 시간만을 위해서 그 귀찮고 힘든 과정을 감내할 만큼 캠핑의 밤이 주는 시간은 참 유별나다.
좋은 시간은 항상 빠르게 지나간다. 캠핑장에서의 3일도 빠르게 지나갔다. 마지막 날 빠르게 짐 정리를 하면서, 점심 메뉴를 고민했다. 사실 고민이랄 것도 없었다. 캠핑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오자고 마음먹었었던, 인더하우스에 다시 방문하였다. 화덕피자를 판매하는 인더하우스는 아이들에게 더 인기가 좋았다. 피자와 치킨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없으니, 피자 치킨 먹으러 간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더욱 좋아했다.
주문한 메뉴가 워낙 많다 보니 음식이 늦게 나올 거라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사장님께서는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한꺼번에 빠르게 내어주셨다. 분명 피자 반죽을 주문을 받으신 후에 직접 하시는 걸 보았는데 빠르게 나오는 음식에 놀랐다. 또 맛도 놀라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처음 주문했던 피자는 금방 다 먹어버렸다. 아쉬움이 남지 않기 위해, 어니언 피자를 추가로 주문했다. 어니언 피자는 양파를 정말 가득 넣어서 테이블에 올려놓는 순간부터 양파스러움을 가득 풍기는 피자였다. 치즈가 과하지 않았고, 덕분에 짜다는 느낌과 질란다는 느낌 없이 끝까지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옛날 치킨도 정말 바삭하니 맛있었는데, 바삭한 맛이 좋아서 다음에 와도 옛날 치킨은 꼭 주문해야 한다고 했다.
음료도 맛있었는데 주문한 음식이 모두 만족스러워 나오면서 음료를 또 한 번 주문하였다. 이것저것 많이 주문했지만, 음료까지 더해진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푸짐한데 저렴한 가격이라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인더하우스를 끝으로 우리의 강원도 횡성 둔내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코로나로 나의 여름 한주가 사라져서 더욱 아쉬웠지만, 한여름에 떠난 캠핑장에서 뜻하지 않은 시원함에 만족스러웠고, 자주 만나는 횡성이지만 그 여유와 조용한 시간이 좋아서 자꾸 방문하게 되는 매력적인 횡성 둔내였다. 오래전에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훨씬 활기가 느껴졌을 그곳의 분주함을 그래도 이번엔 오일장을 통해서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둔내 시내에 있는 더 많은 가게들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응원하게 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여행이었다.